'컨벤션 효과'는커녕…與, 초유의 '후보 격리' 전당대회 낭패
이낙연 코로나 자가격리, 29일 전대 참석 못해
김부겸, 선거 일정 중지 요구…이낙연 측 '난색'
지도부도 29일 속행으로 가닥 "혼란만 초래돼"
"컨벤션 효과 기대했지만 초유 사태…감수해야"
[서울=뉴시스] 국회사진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 방송토론회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9 전당대회가 초유의 '후보 격리' 상황에 직면하면서 컨벤션 효과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기 없이 일정대로 오는 29일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온라인 비대면'을 표방하며 출발한 전당대회가 잇단 악재 끝에 흥행은 고사하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진행될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CBS 라디오 출연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후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밀집접촉자로 분류돼 양천구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가격리 일정상 이 후보는 29일 전당대회 당일 현장 참석이 제한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민홍철)는 20일 긴급 회의를 갖고 이날 예정됐던 MBC 100분 토론 주관 당대표 후보 TV토론회를 취소했다. 27일 예정된 KBS 전국 방송토론회는 화상회의 방식을 통해 진행하는 쪽으로 조율에 들어갔다. TV토론 취소를 고려해 당 공식 유튜브채널 '씀'을 통해 선관위 주관 화상회의 방식 토론회 추진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절실한 후발주자로부터 이의가 제기됐다. 김부겸 후보 측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당대표에 도전하는 세 후보 모두 공평하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자가격리 중인 이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선거 일정 중지를 요청했다.
선거 일정 중지가 표면적 요구이나 사실상 오는 29일 예정된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김 후보는 지난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 취소 결정에도 강력 반발하는 등 선거운동 제약에 불만이 누적돼왔다.
후보간 이견은 오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당대표 후보 대리인들과의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도 여과없이 표출됐다. 간담회는 선거운동 방법과 향후 계획을 놓고 각 후보 측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후보와 박주민 후보 측과 달리 김 후보 측은 대리인을 보내지 않았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선거일정을 모두 중단해달라고 했는데 가서 (선거 일정을) 어떻게 할 건지 얘기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후보 토론회 진행 여부 회의를 위해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0.08.20. [email protected]
반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 당과 국민이 피로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전당대회는 전당대회로 (일정대로) 가는 게 낫다"고 연기에 난색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당이 흔들리는 모습을 국민께 노출하는 건 부담이, 연기는 (당에) 부담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주민 후보 측 관계자는 "(지도부) 회의가 끝나고 우리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봐서 그에 따라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우리도 (9월) 정기국회가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전당대회가 끝나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었다"면서 속행 쪽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대체로 예정대로 29일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입장이 강하다. 전당대회 연기시 자칫 9월 정기국회 일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가 수해에 코로나 재확산까지 겹쳐 좀처럼 전당대회 분위기가 뜨지 않는 만큼 무리한 일정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미룰 수는 없다"며 "우리는 시스템을 갖춘 정당이고 미루게 되면 집권여당으로서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도부 관계자도 뉴시스에 "김 후보가 제안을 했으니 논의는 하겠지만 그대로 갈 것"이라며 "비대면 전당대회인 만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전당대회 속행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 후보는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기시 29일 이후)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되니 어려운 조건이지만 비대면이라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최고위원 후보도 "어차피 비대면인데 원래 일정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통상 정당은 대형 이벤트 격인 전당대회를 통해 각 후보간 치열한 세몰이와 대결 속에 여론의 주목을 받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나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빛이 바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지 않은 게 아니나 코로나 극복이 우선"이라며 "비대면 방식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기조가 있었기에 불가피하게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맞춰 29일 전당대회 장소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여의도 당사로 옮겨 온라인 중계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참석 인원 최소화를 위해 강령 개정 등을 위한 중앙위원회도 하루 앞당긴 28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1일 최고위원회의와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열어 전당대회 일정 및 진행 방식 등에 대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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