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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정치공작·사찰' 파기환송…대법 "일부무죄 잘못"(종합)

등록 2021.03.11 11: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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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시절 '댓글부대' 운영 혐의 등

1·2심, 징역 7년…자격정지는 7년→5년

대법 "국정원법 위반 일부 무죄 재판단"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활비 뇌물’ 관련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1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활비 뇌물’ 관련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이명박정부 시절 야권 인사를 겨냥한 정치공작을 지시하고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70)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함께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과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의 국정원법 위반 관련 직권남용에서 원심이 내린 일부 무죄 판단도 뒤집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나머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징역 1년2개월,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 징역 2년6개월,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등은 확정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불법 사찰을 위해 국정원 내 '포청천' 공작팀을 운영하고 야권의 유력 정치인 및 민간인 등을 상대로 사찰과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 65억원 상당을 지급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2억원 및 현금 10만달러를 전달한 혐의 ▲안보교육 명분으로 정치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MBC 인사에 불법 관여한 혐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관련 사업 혐의 ▲호화 사저 마련을 위해 횡령한 혐의 ▲제3노총 설립 자금으로 국정원 활동비를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 지원 및 위증 혐의, 이 전 대통령에게 10만달러를 제공한 혐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와 달리 2심은 원 전 원장이 개인 목적으로 호텔 스위트룸 임차에 28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한 혐의는 유죄, 권양숙 여사 및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행·감시 혐의는 무죄 판단해야 한다며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원순 제압문건' 관련 2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원순 제압문건' 관련 2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08. [email protected]

하지만 대법원은 원 전 원장 혐의 중 ▲권양숙 여사 및 故 박원순 미행·감시 관련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권남용한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에는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실무 담당자들에게 법률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며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유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

또 ▲야권 출신 지자체장 관련 직권남용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직권남용 ▲승려 명진 사찰·비방 등 관련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권남용한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각 지시는 형식적·외형적으로 그 행위자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다"며 "이 사건 각 지시를 이행한 국정원 직원들은 직권남용 상대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전 원장 등이 이 사건 각 지시를 통해 지시사항을 직접 이행한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승려 명진 사찰 관련 직권남용 ▲배우 문성근 사찰 관련 직권남용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측근 관련 직권남용 혐의 역시 무죄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원심은 승려 명진 사찰 관련 직권남용죄가 원 전 원장 등에게 보고된 시점인 2010년 7월13일이므로 공소가 제기된 2018년 6월25일에는 공소시효 7년이 도과됐다며 면소 판단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이를 달리 해석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등의 행위는 모두 승려 명진이라는 동일한 정보수집 대상에 관한 것으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 행해진 것"이라며 "위 행위에 대해 포괄해 하나의 직권남용으로 인한 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 직권남용죄가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된 시점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행해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포괄일죄로 보고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며, 이를 면소 판단한 원심의 심리가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국정원 가장사업체 관련 자금이 '국고금 관리법'에 따른 '소관 수입'이 법령 또는 계약 등에 따라 국가에 납입된 것으로서 중앙관서장이 징수·수납 절차를 거쳐 관리하는 현금 등을 의미한다고 봤다.

이를 적용해 이 사건 국정원 임대사업 수입금은 소관 수입이지만, 가장사업체가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아 '가수금'으로 관리하던 돈은 소관 수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 가수금이 소관 수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정원 예산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가수금을 국정원 직무 범위 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여전히 특가법상 국고등손실죄와 업무상 횡령죄를 구성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국고금 관리법에 따른 '소관 수입'의 의미, 직권남용으로 국정원법 위반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독자적 처벌조항의 입법 경위와 국정원 내부의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최초로 설시했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계속해 저지른 직권남용에 상대방이 수인이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 및 판단 기준을 최초로 설시한 의의를 갖는다.

한편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한 댓글로 각종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확정받았다.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16년 징역 1년2개월을 확정받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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