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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尹딜레마'…기소하면 선거개입, 안하면 면죄부

등록 2021.06.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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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주자' 윤석열도 수사나선 공수처

선거까지 1년도 안 남아…영향 불가피

재판 넘기면 '수사기관 선거개입' 논란

일부 이미 무혐의 견해도…입증 어려워

선거 내 결론 못내면 의도 의심받을 듯

공수처, '尹딜레마'…기소하면 선거개입, 안하면 면죄부

[과천=뉴시스] 김재환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수사하기로 한 가운데, 대상이 차기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인 터라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진영의 공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재판에 넘긴다면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만약 불기소로 종결한다면 혐의도 입증하지 못할 사건을 왜 대선 직전에 착수했는지 등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 등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2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에 배당하고 검토 중이다.

하나는 윤 전 총장이 지난 2018~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검찰총장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검찰이 핵심 증인들에게 위증을 연습시켰다는 의혹을 감찰하지 못하도록 다른 부서에 배당하거나 특정 인사의 참여를 막았다는 취지의 고발건이다.

두 사건 모두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을 겨누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는 2022년 3월9일 실시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고 있다. 곧 있으면 대선 주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도 점쳐지고 있다.

즉 공수처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고 윤 전 총장이 출마선언을 한다면 선거운동뿐 아니라 대선 자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공수처가 선거일 전 윤 전 총장의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긴다면 대선 후보가 선거기간 중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공수처로선 수사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윤 전 총장이 당선된다면 공수처 검사들이 인사권자의 공소유지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 내부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1.06.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 내부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1.06.10. [email protected]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해도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의 고발건들은 이미 혐의 인정이 어렵다는 결론으로 내려진 것들이다. 옵티머스 사건의 경우 부장검사의 전결로 사건이 종결돼 윤 전 총장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검찰에서는 의도적으로 펀드 사기 의혹을 외면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수사를 의뢰한 한국전파진흥원 측이 옵티머스가 자신들의 투자금을 횡령했지만 피해가 없었고, 금융감독원 등의 조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해 추가 수사까지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명숙 사건'과 관련된 윤 전 총장의 감찰 무마 의혹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감찰까지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도 윤 전 총장이 진정건을 대검찰청 인권부에 배당한 것은 명백히 위법한 지시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공수처가 혐의를 입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건들이다. 만일 공수처가 선거 전까지 최종 처분을 내리지 못한다면, 피고인인 윤 전 총장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 밖에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실제 기소할 의도는 없음에도 입지를 다지기 위해 그와 검찰 관계자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뒤 여권으로부터 비난에 시달렸다. 각종 권한을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이어가며 견제할 기회를 노리는 중이기도 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는 입증이 쉽지 않고, 검사들이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는 등 수사가 어려운 사건"이라며 "수사 진행이 잘 안 될 경우 공수처 무용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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