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공개된 김태현 행적…현실판 '악마를 보았다'
작년 11월부터 세모녀 큰딸과 연락 주고 받아
큰딸, 김태현에게 돈 빌려주는 등 친절 베풀어
1월23일 모임 후 술자리 다툼으로 연락 끊어
김태현, 큰딸 집 찾아가는 등 지속적인 스토킹
사건 3일전 범행 결심…범행 도구 모두 훔쳐
큰딸 동생 죽어있는 방서 컴퓨터 검색하기도
큰딸, 김태현 맞닥뜨리고 만류하고 회유 시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 노원구에서 세모녀를 무참히 살해한 김태현이 지난 4월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09. [email protected]
4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진술조서, 발생보고서 등 약 130개의 증거를 공개하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김태현의 범행 동기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김태현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글을 보고 큰딸 A씨를 처음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연락처도 주고받고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김태현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사건 발생 이전까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 뒤 곧바로 PC방으로 가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생활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김태현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때는 돈을 빌려주거나 밥을 사먹으라고 돈도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은 이처럼 친절을 베풀었던 A씨에게 호감을 가졌다.
김태현과 A씨는 오프라인에서 총 세 차례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월23일 당시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목 모임을 마지막으로 김태현과 연락을 끊었다. 이 술자리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고 이후 A씨가 김태현을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현은 검찰 조사에서 "A씨를 단톡방으로 초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는데 이후 내가 쫓겨난 것 같아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태현은 A씨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나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지속적으로 연락했다. 사실상 스토킹을 한 것이다.
마지막 모임 다음날인 1월24일에도 직접 A씨 집을 찾아갔는데, 이때 김태현은 오후시간대에 집에 찾아가면 A씨 모친만 있고 남자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김태현은 A씨가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밤늦은 시간에 A씨 아파트를 한 차례 더 찾았다.
김태현은 아파트 쪽으로 걸어오는 A씨를 보고 다가가 "일방적으로 차단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더 할 이야기 없다"며 "과거 스토킹 당한 적이 있고 고소도 했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지난 2월8일 A씨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자 김태현은 급격한 분노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씨에게 욕설과 함께 "진짜 생각할수록 열 받네. 잘 살아 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 노원구에서 세모녀를 무참히 살해한 김태현이 지난 4월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호송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1.04.09. [email protected]
김태현은 사건 3일전인 3월20일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24일과 25일에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미 파악하고, A씨가 출근하지 않아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는 범행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범행 도구는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훔친 이유로 "범행에 사용할 물건을 돈 주고 사는게 꺼림칙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범행 당일 김태현은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A씨 집을 찾았다. 당시에는 A씨의 여동생만 집안에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은 여동생을 위협해 집 안에 들어간 뒤 곧바로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현은 오른쪽 손을 다쳐 피를 흘렸다. 지혈을 위해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고, A씨 여동생이 사망해 있는 방에 들어가 태연히 컴퓨터를 이용해 검색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약 3시간 뒤 당일 밤 10시께, A씨 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자 숨어있던 김태현은 어머니도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
김태현은 뒤이어 들어온 A씨를 맞닥뜨리자 신고가 두려워 휴대전화부터 빼앗았다. A씨는 침착하게 김태현을 만류하고 회유를 시도했다.
그는 "태현이니?"라고 물은 뒤 팔에 생긴 상처를 보고 "119를 부르자"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현은 가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텼다. A씨는 침착하게 "흉기는 왜 들고 있냐. 우리 가족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으나 김태현은 말을 하지 않았다.
곧이어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이 과정에서 김태현은 A씨를 살해했다. 김태현은 앞서 빼앗았던 A씨의 휴대전화에서 연락처와 메신저 대화 내용을 모두 지웠다.
김태현은 검찰 조사에서 범행 장소를 A씨 주거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딱히 다른 곳이 생각나지 않았고, A씨가 늦은 시간에 퇴근하니까 그 전에 집에 들어가 범행을 준비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또 김태현은 "집에 남자가 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며, 가족들을 상대로까지 범행한 이유에 대해선 "그 정도로 배신감과 상처가 컸고 시간이 갈수록 응어리가 지고 화가 커져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을 양형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3차 공판은 이달 19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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