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리아 속 우호적 외교 표방…변신한 탈레반 2.0
복수없는 사면 선언하고 경제 번영과 삶의 질 개선 표방
여권존중 등 과거와 다른 이미지로 부패정권 대신할 해방자 인식 심어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탈레반 관리들이 17일 카불의 미디어정보센터에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의 탈레반의 수도 카불 후 첫 기자회견에 앞서 탈레반 깃발을 세우고 있다. 탈레반이 잔혹한 통치를 선보였던 1990년대 말과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AFP 통신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탈레반이 샤리아(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우호적인 외교 정책을 표방하면서 '탈레반 2.0'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고 전했다. 2021.8.18
통신은 그러나 아직 탈레반의 이미지 변신 시도에는 회의적인 눈초리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지 이틀 후인 17일 아프간 국민들은 과거였자면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을 TV로 시청했다. 톨로 뉴스 채널의 여성 진행자가 탈레반 관계자와 인터뷰를 한 것이다. 또다른 민간 채널에서는 탈레반이 점령한 카불의 거리에서 여성 기자가 리포트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7일 아프간 점령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해방된 아프간에서 복수는 없을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용서받을 것"이라며 총사면을 선언했다. 과거와 같은 무차별적 살육은 없을 것이라고 군과 경찰에 대한 사면을 확인하며 회유적인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슬람 율법의 규범 안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여성들의 권리를 존중한다며 이슬람의 틀 안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사회에서의 활동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여성들에 정부에 참여하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탈레반은 이전의 관행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열심이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이 금지되고 소녀들에 대한 교육이 초등학교에 국한되고 TV 시청과 음악 감상마저 금지되던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회의적 견해는 여전히 광범위하다. 아프간 전문가 세바스티앙 부소아는 "탈레반의 핵심 이념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그대로이다. 탈레반은 여전히 극단적이고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쇼아는 탈레반이 엄격한 종교적 규제 대신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통치에 초점을 맞출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이미지 쇄신을 해 왔고 이를 통해 부패한 정권으로부터 아프간을 구한 해방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무자히드는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경제를 발전시키고 번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원하며, 외국과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2001년 아프간전쟁으로 정권에서 축출된 이후 탈레반은 지난 20년 동안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프간 주변국 대부분이 탈레반과 좋은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탈레반 2.0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탈레반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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