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혼란으로 총20명 사망…탈레반 이전에 대군중 압사
"탈레반의 곤봉에 줄 서기 시작해"…탈레반의 정치협상 주목
21일(토) 아프간 카불 공항 경계를 맡은 영국군이 무작정 앞사람들을 밀어붙여 압사 위험을 야기하는 민간인들에게 소리치고 있다. 7명이 압사했다. <BBC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나토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 손에 떨어진 15일(일) 저녁부터 시작된 공항 비상 탈출의 혼란에서 총 20명이 사망했다고 22일(일) 말했다.
앞서 아프간인 수천 명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려와 활주로까지 점령하다시피 한 16일부터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18일까지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2일 아침(현지시간) 영국군은 전날 경계담당 구역 앞에서 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로부터 몇 시간 뒤 나토가 1주일 간의 공항 대혼란 기간에 모두 20명이 죽었다고 말한 것이다.
20명 거의 대부분이 '압사'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16일 대혼란 첫날 7명이 숨졌을 때만 해도 상당수가 공항 입구 도로를 지키고 있는 탈레반 병사들이 아프간에서 탈출할 생각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란 명령을 듣지 않는 민간인들을 사살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후 공항 출입문 주변의 좁은 공간에 수천 명이 다닥다닥 붙어서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망 원인이 보다 확실하게 드러났다. 뒤에서 사정없이 밀려오는 사람들의 압박에 앞에 선 사람들이 넘어져 밟혀 죽는 압사가 손쓸 틈 없이 일어난 것이다.
철수했다가 중동서 카불 공항에 다시 파견된 미군 5000명과 영국군 1700명 등 나토 군인들은 탈레반 병사의 진입보다 이들 탈출 시도자들의 진입을 막는 일에 급급했고 이들 나토군이 쏘는 공포탄의 타깃은 탈레반이 아니라 민간인이었다.
미군이나 영국군이 목이 쉬어라 호통을 치는 대상도 민간인을 겁박하는 탈레반이 아니라 곧 앞사람을 무너뜨려 압사시킬 것 같이 쇄도하는 민간인들에게 밀지 말고 가만 있으라는 명령이자 애원이었다.
공항 주변의 탈레반 병사들도 공포탄을 쏘고 채찍과 곤봉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때렸지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군과 영국군 병사와 마찬가지로 함부로 밀지 말고 질서를 지키라고 그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2일 외신들은 이런 탈레반의 곤봉 세례에 공항 입구에 사람들의 줄이 처음으로 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6일(월)이 카불 공항 대혼란의 시작이라면 7명이 영국군 앞에서 그대로 압사해 숨이 끊어진 21일(토)이 혼란의 정점일 수도 있다.
공항에 질서 있는 행렬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정확한 것이라면 22일부터 카불 공항 사태는 뉴스의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대신 그간 공항 사태 때문에 가려졌던 탈레반 2.0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총사면 약속에도 불구하고 나토 및 미군 협력자들의 아프간 탈출로를 진짜 막고 있는 것인지 여부부터 확실해질 전망이다. 소문으로 돌고 있는 전 정권 협력자들의 무자비한 색출과 살해가 사실인지, 이슬람법 범위 안의 여성 권리 존중이 무슨 말인지 확실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프간을 완전 장악한 탈레반이 자신들을 축출하고 만든 헌법을 기반으로 탄생한 피점령 정권 인사들과 새 정부 구성 협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협상 기간이 앞으로도 몇 달은 갈 것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구정권 인사들을 일단 대화 상대로 인정한 것이다. 1996년 카불을 점령하자마자 모하마드 나지불라 대통령을 즉각 참수해서 가로등에 내걸었던 탈레반 1.0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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