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귀가 안 들려"…'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공연 사진. (사진=노네임씨어터컴퍼니 제공) 2022.02.13. [email protected]
2014년 초연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한 부족(部族)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영국 극작가 니나 레인의 연극이 원작인 이 작품의 원제는 부족, 종족, 집단의 의미를 가진 'Tribes'로, 국내 제목은 그 의도를 좀더 쉽게 전하고자 했다. 작가는 "곧 태어날 아이가 청각 장애인으로 태어나길 바란다"는 한 청각 장애인 부부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가족이란 그 구성원들이 믿는 것, 그들의 문화, 언어를 전수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하나의 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 다들 귀가 안 들려. 우리는 그중 한 사람일 뿐이야."
[서울=뉴시스]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공연 사진. (사진=노네임씨어터컴퍼니 제공) 2022.02.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소통과 거리가 먼 이 가족은 아이러니하게 언어와 특별하게 얽혀있다. 편견과 고압적인 태도로 언어에 집착하는 학술 비평가 아버지 '크리스토퍼'를 비롯해 추리 소설 작가인 엄마 '베스', 언어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우울증을 갖고 있는 형 '다니엘',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누나 '루스' 그리고 막내 빌리가 있다.
[서울=뉴시스]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공연 사진. (사진=노네임씨어터컴퍼니 제공) 2022.02.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족들은 빌리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고 그들의 언어에 적응하며 살도록 키워왔다. 그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수화를 인정하지 않고 이 무리를 벗어나는 걸 원치 않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만 사랑을 줬다.
빌리는 청각장애 부모를 두고 있고 청력을 잃어가고 있는 수화통역사 '실비아'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청각장애인 모임에 나가고, 새로운 직업도 찾으며 세계를 열어간다. 반대하는 가족들에게 수화를 쓰겠다고도 선언한다. 그는 가족들이 실비아와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작 자신을 사랑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자신과 대화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화를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해내며 이 부족의 울타리를 벗어난다.
[서울=뉴시스]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공연 사진. (사진=노네임씨어터컴퍼니 제공) 2022.02.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족들이 빌리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가족들은 속에 있는 진짜 마음을 감춘 채 다른 말을 그에게 건넨다. 무대 벽면에 속마음이 글자로 고스란히 적히는 무대 연출이 시선을 끄는데, 내뱉는 말과의 괴리로 소통의 부재를 겪는 현실 속 우리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 남명렬, 오대석, 정재은, 김정영, 안재영, 오정택, 임찬민, 이재균, 강승호, 박정원이 출연한다. 오는 27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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