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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대선 후 19일 만에 첫 대면…역대 최장 171분 회동(종합)

등록 2022.03.28 21:34:53수정 2022.03.28 21: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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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19일 만에 만남…유영민·장제원 비서실장 배석

집무실 아래까지 마중 나온 文…尹당선인에 '극진 예우'

문 대통령 "매화꽃이 폈다"…윤 당선인 "정말 아름답다"

인사권, 집무실 용산 이전, 추경, MB 사면 등 논의 예상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안채원 김성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년9개월 만에 마주 앉았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8일 오후 5시59분부터 오후 8시50분까지 171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대면 만남은 지난 2020년 6월22일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야당의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재회하게 됐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은 대선 후 19일 만으로, 기존 최장 기록(9일·노무현 대통령·이명박 당선인,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당선인)이었던 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과 비교해 10일이나 늦었다.

다만 두 사람은 역대 가장 늦은 만남을 가지게 된 만큼, 가장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날 회동은 대통령·당선인 간 첫 회동 최장 기록을 세웠다.

앞서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당선인 간 가장 긴 회동은 2007년 12월2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130분 만찬 회동이었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도 첫 회동 이후 부부동반으로 만나 130분간 만찬 회동을 가졌었다.

문 대통령 "매화꽃이 폈다"…윤 당선인 "정말 아름답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 장소인 청와대 상춘재가 아닌 여민1관에서 직접 윤 당선인을 맞이하며 극진한 예우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후 5시58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3층에서 1층까지 내려와 윤 당선인 측 일행을 직접 맞이했다.

윤 당선인도 차량에서 내리면서 문 대통령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문 대통령도 엷은 미소로 악수를 청한 뒤 두 손을 맞잡았다.

윤 당선인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듯 여민관을 등지고 걸으면서 "이쪽 어디에서인가 회의한 기억이 난다"며 "대통령 모시고 그 때 저걸 했었나"라고 말을 건넸다.

1년 9개월 전 검찰총장 신분으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회의는 여민1관에서 열렸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3.2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3.28. bluesoda@newsis.com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녹지원 잔디밭을 가로질러 회동 장소인 상춘재까지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은 함께 걷는 동안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경내를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을 가리키며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면서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춘재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 꽃이 폈습니다"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아마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했고, 윤 당선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윤 당선인은 상춘재 왼쪽에 핀 꽃나무를 가리키며 "저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산수유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이르러서는 "청와대는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 건물이다.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내·외 주요 외빈을 맞이하거나 여야 정당대표 회동 자리에 전통 한옥 공간인 상춘재를 활용해왔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 여야 대표 회동, 기업인 초청 간담회 등 주요 일정을 상춘재에서 소화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5차례 이뤄진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은 청와대 백악실이나 관저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상춘재(常春齋)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찬 회동의 장소로 상춘재를 택한 것은 협치와 통합, 윤 당선인을 예우한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만찬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에 의미를 담아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봄나물비빔밥과 탕평채가 올랐다.

또 주꾸미·새조개·전복 등 계절 해산물 냉채와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 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더덕구이 등도 제공됐다.

밑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가, 후식으로는 과일과 수정과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2.03.2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2.03.28. bluesoda@newsis.com

윤 당선인이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회동에 오를 주종(酒種)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지만, 테이블에는 레드 와인이 낙점됐다.

171분 역대 최장 회동…무슨 이야기 나눴을까?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이날 회동을 앞두고 "정해진 의제가 없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부 인수인계 방안을 비롯해 민생과 안보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 테이블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윤 당선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별히 의제를 정하지 않았다"면서 "민생, 안보 현안 같은 이야기는 나올 순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인사권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등으로 신·구 권력 간 초유의 갈등을 노출했던 만큼 이날 회동에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마련됐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 인사권 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던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 문제에 관해선 감사원이 양측 협의 없이는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된 분위기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 측에 '패키지'로 인사를 요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 인선과 관련한 언급 가능성은 열려있다.

아울러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전날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공론화했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코로나19 손실보상 문제는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 필요성에 이견이 없는 만큼 윤 당선인이 요청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태의 협치 가능성이 전망된다.

다만 추경 편성을 위해서는 적자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핵 실험 관련 동향,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고리로 한 안보 현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8. photo@newsis.com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내 이전 문제 등에 대한 양측의 의견도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해 필수적인 예비비 편성 등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관심이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첫 대면 자리라는 점에서 회동 분위기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발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올랐지만, 검찰개혁 과정에서 정권과 갈등을 빚어 사퇴 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언급해, 문 대통령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이례적으로 격노한 바 있다.

당초 배석자 없는 단독 회동을 추진했다가 양측 비서실장을 배석자로 포함시킨 것이 원활한 소통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대화 도중 배석자를 물린 채 단독 회동으로 전환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회동에서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담이 오갔던 전례에 비춰 이날 흐름도 큰 충돌 없이 마무리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9시30분께 회동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newkid@newsis.com,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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