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주우며 청소까지 봉사 활동한 60대, 뇌사 후 장기기증
장영근씨, 환자 2명에게 신장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전남대병원서 4명 장기기증, 총 10명에게 희망나눔
뇌사 판정 후 장기를 기증한 장영근씨(오른쪽)과 장씨의 동생 주섭씨. (사진=전남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형님이 폐지를 주우면서 동네 청소까지 하다보니 주민들이 형님을 많이 챙겨주셨어요. 신장을 기증받으신 분들도 세상에 소금과 빛으로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면 좋겠어요."
지난 6일 광주 남구 방림동 한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타다 쓰러져 응급실에 입원한 장영근(67)씨.
장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지난달 10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장기기증을 통해 2명의 환자들에게 신장을 각각 이식했다.
장씨는 지난 10년간 방림동과 봉선동에서 폐지를 주우며 생활했다. 가정을 꾸리지 않고, 청각과 언어 장애를 지닌 친형 가족과 함께 지냈다. 장씨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유명인사였다. 폐지만 줍는 것이 아닌 일대 쓰레기를 함께 주우며 환경 개선에 이바지한 그에게 주민들은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동생 주섭(64)씨는 14일 "형님이 돌아가신 후 형님 동네 편의점에 들렀는데, 주민들이 '갑자기 형님이 안보여서 걱정된다'며 안부를 많이들 물었고 함께 슬퍼해줬다"며 "평생 공장에서 일하고 폐지를 주우며 동생학비까지 보태준 착한 형님인만큼 하늘나라 가서는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대병원에서 장씨처럼 뇌사 판정을 받은 이후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이들은 모두 4명. 50대 2명과 60대 2명으로, 이들은 모두 10명에게 새 생명을 건넸다.
김양신(58)씨는 3명의 환자들에게 간장과 신장을, 엄모(여·55)씨도 3명의 환자에게 간장과 신장을 각각 기증했다. 김모(60)씨는 지난달 10일 장기기증을 통해 2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전남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수진나 소장은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가 연간 4만명이고, 대기중에 사망하는 환자는 하루에 6명 가량"이라며 "장기기증은 누군가의 끝이 아닌, 누군가의 생명을 잇는 생명나눔인만큼 이 문화가 더욱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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