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속에서 책이 견뎌온 여정...'갈대 속의 영원'
[서울=뉴시스] '갈대 속의 영원'. (사진=반비 제공) 2023.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망치·바퀴·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스페인 문헌학자 이레네 바예호가 쓴 책 '갈대 속의 영원'(반비)에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책이 견뎌온 시간과 여정이 담겼다.
책은 화재·홍수·분서갱유·검열 등 지금껏 무수한 파괴에 맞서며 자리를 지켜왔다. 러시아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11명의 친구들은 작가에게 생길지 모르는 불행에 대비해 작가가 쓰고 있던 '레퀴엠'을 모두 암기해뒀다.
그리스어 텍스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서까지 발견되며 교육과 문화의 기회가 전파됐음을 증명했다. 바예호는 이들이 지식과 사상과 이야기를 지켜냄으로써 우리가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해주고, 낯선 시대와 지역의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책을 고안하고 지켜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다. 가장 값진 것을 보관하는 상자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담은 알렉산드로스 대왕, 뒤통수에 문신을 새겨 말 그대로 피부에 쓰인 비밀 문서를 운반한 고대의 전령, 수레에 책을 싣고 시장과 객줏집에 자리를 잡은 이동서점 상인들, 사서들의 아버지이자 최초로 분류법을 고안한 칼리마코스 등 고대 세계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신화적 인물과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2020년 스페인 국립에세이상, 스페인공영라디오의 엘오호크리티코 내러티브상, 스페인 서점조합상 등을 수상했다. 스페인에서 40쇄 이상 인쇄됐으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40여개국에서 출판을 앞두고 있다.
바예호는 "책이 없었다면 우리 세계의 가장 좋은 것들은 망각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우리에게 시들지 않는 선례를 물려줬다. 인간의 평등, 지도자 선택의 가능성, 아이들에게 노동보다 교육이 낫다는 직감, 병자와 약자와 노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등, 이 모든 발명은 고대의 발견, 즉 불확실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고전을 통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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