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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 경찰이다!" 동남아 경찰 사칭 13억 뺏은 일당 검거

등록 2023.09.20 12:00:00수정 2023.09.20 13: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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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속여 함께 캄보디아로 골프 여행

'미성년자 성매매 연루' 조작해 금품 요구

7명 검거…현지 브로커 인터폴 적색수배

피의자들이 범죄수익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모습(좌), 피해자에게 일부 현금을 송금하는 모습(우) *재판매 및 DB 금지

피의자들이 범죄수익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모습(좌), 피해자에게 일부 현금을 송금하는 모습(우)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동남아시아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13억원을 갈취한 일당이 붙잡혔다. 실제 현지 경찰을 섭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위반 혐의로 총책 박모(63)씨 등 4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김모(50)씨 등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현지 브로커 주모(51)씨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 6월 피해자에게 캄보디아로 골프 여행을 하자며 피해자를 유인해 함께 출국했다. 총책 박씨와 피해자는 10여년 전 알고 지내다 최근 다시 만난 사이로, 사업가로 재력이 있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지 술집에서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는 상황을 조장해 피해자를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만들고, 다음 날 주유소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되는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가 섭외한 현지인 6명이 주유소에 들이닥쳐 피해자의 여권을 확인한 후 현지 경찰서로 연행했다. 1명은 실제 경찰 제복을 착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공범 1명이 같이 체포됐다가 돈을 내고 먼저 풀려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브로커는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는 것 같다"며 "풀려나려면 100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수사 무마 명목으로 100만달러(한화 약 13억원)를 송금한 후 풀려났다.

수사를 맡은 장보은 국제범죄수사1계장은 "피해자가 연행된 장소는 실제 현지 경찰관서로 확인된다. 범행에 동원된 현지인도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만큼 인터폴을 통해 수사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일당은 귀국 후 은행 34곳을 돌아다니며 범죄수익금을 모두 현금화하고 수익을 분배했다. 피해자가 의심을 품기 시작하자 합의금을 공동 분담하자며 5억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며 신고를 막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피해자가 7월 중순께 경찰에 신고하면서 빠르게 검거가 이뤄졌다. 경찰은 해외 경찰주재관과 공조해 현지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하는 브로커 주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여권 무효화 및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했다.

경찰은 "본건은 피해자를 함정에 빠뜨린 후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여 갈취하는 전형적인 '셋업(Set up) 범죄'"라며 "셋업 범죄는 피해자 본인도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생각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총책 박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셋업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책 등 공갈 혐의 피의자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자금세탁 피의자 3명 중 2명은 불구속 송치됐으며 나머지 1명도 조만간 송치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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