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추계' 日사례보니…"AI 등 기술발달까지 고려"
의사수급분과회 회의록 홈페이지 공개
의사수급 추계·AI 등 기술발달 변수 논의
지역·필수의료 기피 구체적 대책도 논의
[도쿄=뉴시스]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는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회의록과 참고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 수요·공급 추계 방법은 물론 인구 구조의 변화,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같은 의료 기술의 발달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역·필수의료 기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관련된 대화도 오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5일 후생노동성 직업안정국 관계자들이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21 [email protected]
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일본은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 수요·공급 추계 방법은 물론 인구 구조의 변화,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같은 의료 기술의 발달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역·필수의료 기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논의했다.
1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의사수급분과회는 2015년 12월10일부터 2022년 2월7일까지 총 40회 이상 회의를 열었고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회의록 등을 올려놨다. 한국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주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의사수급분과회를 구성하는 전체 위원 22명 중 70% 이상인 16명이 의사 또는 의사 출신 공무원이다. 이밖에 경제학자,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요양시설 관계자, 행정학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회의록에는 위원들의 발언들이 모두 담겨 있어 논의 과정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대 2000명 증원을 단번에 추진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10년간(2007~2017년) 7625명에서 9420명으로 의대 정원을 1795명(약 24%) 늘렸다. 이후 2018년 향후 의사 공급이 초과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942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소폭 조정돼왔고 올해는 9403명으로 정해졌다.
2016년 2월4일, 3월31일 회의록 등을 보면 일본에 필요한 의사 수 추계에 대한 논의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지역별(산간·벽지 등의 의료 격차)·진료별(산부인과·소아과 같은 특정 진료과에 대한 접근성 확보 곤란)· 의료시설별(대형병원 환자 집중) 현황을 분석해야 한다고 나온다. 또 "일반·요양병상당 의사 수, 치료율, 외래 진료율, AI·ICT의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8년 4월12일 회의록엔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정원을 어느 정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논의하자"는 발언도 나온다.
같은 회의록에는 일본에 공급되는 의사 수 추계 과정도 공개돼 있다. 의대 졸업생 중 면허시험 응시율, 합격율, 재수험율, 등록율, 취업율 등을 계산해 각 해의 의사 공급량을 추계하고, 업무량(근무시간 고려)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018년 5월21일 회의록엔 "앞으로 의사 쏠림 대책, 의사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 등이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전국에 추가로 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이 나온다. 의사의 노동시간을 3가지(주당 근로시간 55시간·60시간·78.75시간 제한)로 가정해 2040년 필요한 의사 수(시나리오 1: 34만6000명, 시나리오 2: 33만6000명, 시나리오 3: 31만9000명)와 공급되는 의사 수(2040년 37만1000명)를 각각 추계한 결과 나온 의사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시나리오 1: 2033년 약 36만 명, 시나리오 2: 2028년 약 35만 명, 시나리오 3: 2018년 약 32만 명)을 고려한 것이다.
2020년 11월18일 회의에선 "전체적으로 총 의대 정원 수를 줄여 나가면서 임시(지역) 정원 수를 어떻게 조정할지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향후 의대 정원을 2020년에 해당하는 9330명으로 추계하고, 주당 근무시간을 55시간과 60시간으로 각각 제한할 경우 2032년께 의사 수 36만6천 명, 2029년께 의사 수 36만 명에서 각각 수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이유다.
2017년 12월8일 회의에선 지역·필수의료 기피 대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도 효과적인 쏠림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1년 3월4일 회의에선 의사 양성 단계(학부교육 6년→임상연수 2년→전문연수 3년 이상)에서 의사 지역·진료과 쏠림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논의됐다.
의사들의 노동시간 단축 등이 의사 공급량의 변수로 예측되면서 의대 증원 속도 조절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본은 과로사 방지 대책으로 지난달 1일부터 근로시간을 줄이는 '일하기 방식 개혁'에 나섰다.
2022년 1월12일 회의록을 보면 오가와 아키라 이와테 의대 이사장은 "(2020년 의대 정원 9330명을 전제로) 중장기 의료 수요, 일하기 방식 개혁을 감안하면 2029년께 전체 의사 수가 약 36만 명으로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이후 인구 감소에 따라 의료 수요가 줄어 (의사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의사 증가 속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24년 이후 의대 정원은 의료제공체계, 의사의 적정 배치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등은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법원의 요구에 따라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 결과, 의료현안협의체(현안협의체) 보도자료 모음 등을 제출했다. 교육부 산하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은 제출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번주 수험생·의대생·전공의·의대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조규홍·교육부 이주호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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