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확정' 공 넘겨받은 전공의…"어떤 선택?" 주목
정부, 의대 1497명 증원 반영한 입시요강 발표
전공의 "협의 안된 의미 없는 숫자…동요 안돼"
교수 "보여주기식 사직 아냐…필수의료 우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9일 서울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이탈 전공의들은 생활고 속에서도 복귀하지 않고 있고, 병원들은 환자가 줄면서 적자 비상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24.05.29. [email protected]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현재 고3이 치르는 의대 1497명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날 각 대학들이 홈페이지 등에 내년도 대입 입시 모집 요강을 안내하면 의대 증원 절차는 마무리된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전공의들이 개별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넘었지만 복귀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 29일 기준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수련병원 211개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전체의 8.2%인 864명에 그친다.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7%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추진의 과학적 근거가 없어 납득하기 어렵고, 만성화된 저수가와 의료소송 부담을 낮추지 않으면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다수의 사직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며 사실상 확정한 것이 복귀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의료계와 정부 간 2020년 9·4 의정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요되지 않는다"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를 거친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와야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병원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경제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정부가 현재의 의료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더 이상 수련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020년 9월4일 의정합의를 통해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고,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복귀에 더 부정적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필수의료라는 자부심을 갖고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수련을 받아왔지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응급의학과 4년차이지만, 두 번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제시한 7대 요구사항 중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는 것이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성명을 낸 지난 2월20일 이후부터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줄곧 요구해왔다.
일각에선 일부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들이 고육지책으로 복귀를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의대 증원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진 데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적대적이여서 전문의가 되는 것을 포기한 전공의들이 많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보다 이미 딴 의사 면허로 차라리 개원해 일반의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교수는 "전공의들이 100일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사직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설령 일부 전공의들이 가을이나 내년에 돌아와도 필수의료는 정말 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찰이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등과 관련해 전공의 2명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요구한 것을 두고 "전공의 전체를 자극해 복귀가 더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