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운행 정지되자 노인들 삶도 멈췄다[출동!인턴]
지난 5일부터 열흘 째 엘리베이터 운행 멈춰
현관 문앞에 성인기저귀 등 택배물 수북이 쌓여
일부 주민, 계단 오르는 노인 걱정해 의자 비치
오는 17일 승강기 가동 관련 설명회 예정
[서울=뉴시스] 6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8개동 엘리베이터 24대가 정밀안전검사 불합격으로 지난 5일부터 운행을 모두 멈췄다.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3일 오후 찾은 인천시 중구 축항대로 라이프비취맨션 3단지 아파트. 50대 남성 A씨는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에 의지해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3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에 이마에 맺히는 땀을 닦아내며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고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올라가야 돼요. 힘들어 죽겠어요. 다리까지 아프니까 답답해 미치겠는데 일주일이 넘게 이러고 있네요. 진짜 짜증나 죽겠어요"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608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단지 8개동 엘리베이터 24대가 정밀안전검사 불합격으로 지난 5일부터 운행을 모두 멈췄다. 승강기안전공단이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승강기 사용을 허가했으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이 사태가 벌어졌다.
199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고령층 비율이 높다 보니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노인들이 특히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이날 아파트 입구 현관에는 성인용 기저귀 등 노인들의 생필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서울=뉴시스] 6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8개동 엘리베이터 24대가 정밀안전검사 불합격으로 지난 5일부터 운행을 모두 멈췄다.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일에는 이 아파트 4층 주민인 80대 남성이 의식장애를, 12일에는 13층에 사는 8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엘리베이터가 멈춘 후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더욱이 엘리베이터 부품 수급이 늦어져 공사를 하려면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80대 여성 C씨는 "1~2주는 참을 수 있지만 3개월은 너무 오래 걸린다"며 "엘리베이터가 멈춘 후 일상이 마비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양쪽 무릎을 수술해 거동이 불편한 60대 D씨도 "엘리베이터가 정상 운영될 때는 아무 곳이나 다녀도 몸이 괜찮았지만, 지금은 밤이 되면 다리가 땡땡 부어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6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8개동 엘리베이터 24대가 정밀안전검사 불합격으로 지난 5일부터 운행을 모두 멈췄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아파트 일부 동에는 계단 중간에 의자가 비치돼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어르신들이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 힘들면 편히 쉬셨으면 하는 마음에 의자를 갖다 놓은 것이다. 의자 등받이에는 '엘리베이터 운행할 때까지 어르신들이 쉴 수 있도록 비치 중입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배달 기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1층에서 만난 20대 남성 E씨는 "엘리베이터 이용이 안 된다는 걸 도착해서 알았다"며 "아파트단지는 당연히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 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며 황당해 했다.
그러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 배달지가 7층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며 당시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는 엘리베이터에 안전 부품을 설치하기 위해 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자재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 공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는 응급 환자 발생 시 임시로 승강기를 가동하는 조치를 하기로 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승강기를 가동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당 아파트에선 오는 17일 승강기 가동에 대한 설명회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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