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기 두 달 남은 이원석…현안 깔끔한 마무리할 때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두 달여 남았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15일까지다. 임기를 세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이 총장의 전언들이 보도되면서 퇴임이 멀지 않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이 총장은 최근 여러 검찰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퇴임하더라도 탄핵 기로에 놓인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임기 만료 후에도 후배들을 찾아가지 않겠다"며 전직 검찰총장들과는 달리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여러 전언들을 종합해보면 이 총장은 검찰에 남아 있을 후배들을 위해 퇴임 이후 행보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에도 후배들을 위해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 총장의 성품에 비춰보면 그의 진심을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총장이 남은 임기 동안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어 퇴임 이후 계획을 말할 때가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에서 시작된 외풍이 검찰 조직을 크게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처(중대범죄수사처)를 신설해 검찰의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대상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 이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연이은 야당의 공세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검사에게 또 법원에 보복을 가하려고 하는 것이자 압박을 넣는 것", "정치가 사법을 정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나 그에게 마땅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이 총장에게 남은 최대 과제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이라는 한비자의 말을 인용하며 법 집행에 '성역은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장기간 수사를 이어왔지만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주변인 조사를 마쳤지만,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수사·재판에 김 여사 수사를 결부시켜 "법치주의 운운하지 말고 김 여사 수사나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총장이 '야당의 검사 탄핵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부당한 공세'라는 명분을 찾으려면 임기 내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래야 야당의 시비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다.
이 총장에게 현안은 쌓여 있지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두 달 이후 맞이할 검찰 조직과의 당당한 이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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