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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종 교권침해에 우는 교사들…보호 사각지대 대책 미흡

등록 2024.08.02 10:53:30수정 2024.08.02 12: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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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특정하기 힘든 온라인 게시글에 교사 개인 대응 어려워

수사기관의 신속한 사건 처리 및 교사 비방글 삭제 방안 마련 필요

[단독]신종 교권침해에 우는 교사들…보호 사각지대 대책 미흡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온라인 지도서비스나 지식정보사이트에서 현직 교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방하는 게시글로 인한 신종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해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명예훼손성 게시글이 지워지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비방글이 올라가면 가해자 처벌과 게시글 삭제가 쉽지 않는 등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에 소재한 모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만 2년차 새내기 교사인 A씨(20대)는 지난해 7월 동료 교사로부터 자신에 대한 비방글이 온라인 지도서비스인 '카카오맵'에 올라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카카오맵에서 A씨가 다니는 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 정보를 비롯해 교사로서의 자질 부족 문제와 그를 부정적으로 깎아내리는 내용의 비방글이 올라와 있던 것이다.

당시 A씨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어 도교육청이 교권침해 피해교원에게 연계해주는 상담센터를 방문, 수차례에 걸쳐 전문상담을 받기도 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비방한 게시자에 대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신고를 접수했다.

그런데 올해 7월 초순께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게시글이 또 다시 올라왔고, 그는 교사로서 큰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식정보사이트인 '나무위키'에서 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뜨는 자료에 학교 연혁과 시설 안내 등 일반적인 정보들과 함께 A씨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이 공개돼 있었다.

이로 인해 A씨는 누구나 검색을 통해 제약없이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교사로서의 자신의 자질을 문제삼는 부정적인 게시글이 재차 올라오자 학교에 출근만 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지게 됐다.

결국 그는 전문가 도움을 받기 위해 정신과 병원을 찾았고, 우울증 증상과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견을 받아 현재 약물 치료를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는 지난해 7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카카오맵에 올라온 비방글 수사를 의뢰했던 경찰서 측에 수사 촉구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수사가 더 이상 힘들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단독]신종 교권침해에 우는 교사들…보호 사각지대 대책 미흡

A씨는 국민신문고에서 "해당 사건은 카카오로부터 영장을 신청해 관련 정보를 회신을 받으려고 했으나 이미 삭제된 게시글에 대해서는 계정정보·IP 일체 등 정보를 회신받을 수 없었다"며 "리뷰 외에는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가 없어 피의자 중지 결정을 했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이 때문에 A씨는 최근 나무위키에 등록된 게시글에 대해서만 추가 신고를 경찰에 접수했지만, 이마저도 난항이 예상된다. 그의 사건을 맡은 경찰서 측이 최근 A씨에게 '해당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내용을 안내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온라인상에 올라온 비방글을 지우려고 해도 이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겠고, 제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적게 든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마저 여러 사정으로 어렵게 되면 저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나"고 토로했다.

이처럼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교권 침해사례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 중 A씨는 온라인을 통한 교권침해 피해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번처럼 가해자 특정이 어려울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해 손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교사가 교육활동 중 교권침해를 당하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를 통해 관할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교보위가 일정한 수준의 처분을 내리려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만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분이 이뤄지게 되는데, A씨의 경우 가해자가 누군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교보위를 통한 처분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교사노조 김현석 교권국장은 "온라인 공간에 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계속 남아있게 된다면 정신적 피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는 교육청과 수사기관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한 도교육청은 현재 관내 경찰청과 상설협의체 운영을 통해 교권침해 피해사례에 대응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조만간 A씨처럼 인터넷상에 올라간 비방글로 힘들어 하는 교사들을 구제하기 위해 상설협의체를 통해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게시글이 사이버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생활인성교육과 관계자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교육활동 침해가 인정된다고 생각되면 교보위가 열리기 전이라도 교원에 대한 심리상담 비용도 지원이 가능하다"며 "해당 교사에 대해선 관할 교권보호지원센터에 변호사가 배치돼 있는 만큼 관련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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