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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는 중간착취자 인가"…스승은 '이렇게' 답했다[인터뷰]

등록 2024.08.15 09:01:00수정 2024.08.15 1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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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인터뷰

"전공의, 수술 경험 부족·자비 들여 해외원정"

"저수가·값싼 노동력 인식·환자 기피 등 작용"

"답정너식 대화 아닌 전향적 입장 변화 필요"

[서울=뉴시스]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사진= 부산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2024.08.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사진= 부산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2024.08.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인력 전문위원회가 지난 14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첫 공개 토론을 가진 가운데, 수련생이 아닌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전공의 수련 환경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다양한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전공의 대표가 의대 교수를 '중간 착취자'라고 표현했는데, 고질적인 저수가, 전공의가 값싼 노동력이라는 잘못된 인식, 의료 사고 등을 우려해 전공의가 시술이나 수술 또는 진료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환자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페이스북 한 일간지 사설 중 일부분을 인용해 상급종합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중심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대학병원의 경영난이 초래된 주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수련병원 교수들은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는 데에는 의사가 늘어나도 수련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반영된 만큼 의대 증원이 병원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들은 저수가 체계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전공의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대전협은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와 함께 ‘수련 환경 개선’을 7대 요구안 중 하나로 정부에 제시했다.

조 교수는 1996년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설립 멤버다. 2001년 병원 간 전원 중개 개념을 창안했고 2016년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인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수련을 모두 마친 후 전문의를 따고도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다고 하던데요.

"현재 제대로 수술을 못 해보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레지던트들이 많습니다. 특히 안과는 외과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부분 마취를 하고 눈을 뜬 채 수술 받는 진료과의 특성상 전공의가 수련 받는 데 한계가 있죠. 수년 전부터 보도도 됐지만 레지던트들이 수술 경험이 부족해 자비를 들여 해외로 원정 실습을 나가기도 합니다."

-전공의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전공의는 의대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진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 향후 독자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의료 사고 등을 우려해 경험이 부족한 전공의에게 수술 받기를 꺼려합니다. 또 교수들은 전공의를 제대로 교육시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역량이 뛰어난 소수의 레지던트조차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수련특례'를 내걸었지만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한 비율은 1.4%(모집 대상 7645명 중 104명)에 그쳤다. 복지부는 레지던트 1년차는 오는 14일까지, 2∼4년차와 인턴은 오는 16일까지 추가 지원을 받기로 했다. 2024.08.09.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수련특례'를 내걸었지만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한 비율은 1.4%(모집 대상 7645명 중 104명)에 그쳤다. 복지부는 레지던트 1년차는 오는 14일까지, 2∼4년차와 인턴은 오는 16일까지 추가 지원을 받기로 했다. 2024.08.09. [email protected]



-의대 교수들의 전공의 교육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교수들은 대부분 교육·연구·진료를 병행합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가 체계에서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진료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많은 논문을 써 연구 실적도 내야 해 전공의 교육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죠. 결국 전공의들은 수련생임에도 불구하고 허드렛일을 주로 하게 돼 배우는 것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들이 진료량을 줄일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만들어져야 전공의 교육의 내실화가 가능해 질 겁니다."

-의대 교수들의 진료량이 줄려면 저수가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회(건정심)의 의사결정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수가를 올리려는 측 8명(의약계 대표)과 내리려는 측 16명(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명·공익 대표 8명)이 의결해 결정하다 보니 수가를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죠. 과다하고 불필요하게 지불되고 있는 부분을 줄이고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수가를 정상화 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전공의 수련 환경이 개선되려면 수련생이 아닌 근로자로 보는 전공의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요.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전문의 비율이 80%대로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근로자로 보고 대하다 보니 양성된 전문의들이 대부분 고난도 수술이 시행되는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로 빠져 나가는 겁니다. 가령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수술이 아닌 물리·도수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은 전공의 교육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미국의 경우 수련병원이 전공의와 계약할 때 각 진료과에서 연차별로 수련 중 경험할 수 있는 수술들을 알려줍니다. 전문의가 된 후 실제 수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의료인 양성에 그만큼 신경을 쓰는 것이죠. 의대 교수들도 연구, 교육, 진료 중 특정 분야를 전담 혹은 중점적으로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수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업무를 분업화한 겁니다. 물론 정부 차원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겠죠."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태 해결 방안을 제안하신다면요.

"부산대병원은 미복귀 전공의 175명의 사직서를 수리했는데요. 일부 병원들이 촉탁의(진료 전담 의사) 형태로 사직 전공의를 고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경우 2명 정도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전공의들은 내년 3월에도 복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을 통해 사태를 봉합해야 하겠지만,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대화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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