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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개만 50여만 마리…"입양도 어려워"[개식용종식법 개문발차③]

등록 2024.08.16 06:00:00수정 2024.08.16 08: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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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법이지만 개의 미래는 고려되지 않아

"농장 개를 가정 입양하거나 지자체가 보호해야"

"동물복지와 공중 보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인천공항=뉴시스] 개를 위한 법이지만 정작 법의 당사'견(犬)'을 위한 고민과 이에 맞는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4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개들이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충남 아산 개식용 농장에서 개들을 구조했다. (사진=뉴시스DB) 2024.08.16.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개를 위한 법이지만 정작 법의 당사'견(犬)'을 위한 고민과 이에 맞는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4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개들이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충남 아산 개식용 농장에서 개들을 구조했다. (사진=뉴시스DB) 2024.08.16. [email protected]




개식용종식법이 지난 7일 시행됐다. 수십 년간 이어진 논쟁거리 중 하나가 최근 마침표를 찍는 중이다. 최근 여러 통계를 통해 다수 국민이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의 입법이 해당 업계 관계자들을 한순간에 범법자 신세로 내몰았다는 지적도 따른다. 국내 개 식용 관련 업체는 5625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식용종식법에 따른 처벌 유예기간은 앞으로 3년 동안이다. 개 식용 자체에 대한 논란을 떠나, 기류에 편승한 대책 미비 상태의 입법 과정이 특정 소수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아직 국내에는 식용견 50여 만 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식용종식법에 따른 처벌까지 남은 시간은 2년 7개월. 여야 합의를 거쳐 법이 첫발을 뗐지만 남은 개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개를 위한 법이지만 정작 법의 당사'견(犬)'을 위한 고민과 이에 맞는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식용종식법이 취지와는 다르게, 개들을 방치나 죽음으로 내몰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사육농장 개의 입양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번식 억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동물은 인도적으로 관리해 입양하고 해외와 구조 협력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정을 찾지 못하는 개들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양이 쉽지는 않지만 50여 만 마리 개들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 농장에서 개를 구조해 가정에 입양하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개를 농장주가 소유하고 있는 만큼 동물보호단체나 정부가 업주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를 팔아 수익을 내는 업주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개를 넘기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당장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개들이 맹견으로 분류되는 점도 문제다. 동물보호법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을 맹견으로 지정했다. 식용견 중에는 도사견, 도사믹스견 등이 많아 대부분 맹견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입양률을 높여도 시원치 않은 판에 맹견이라고 낙인을 찍고 사육 허가라는 허들을 한 번 더 뒀다"며 "특정 품종이라고 해서 공격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개 농장에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공격성을 보이기보단 주눅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맹견을 입양해 기르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맹견 사육허가제와 기질 평가제에 따라 개의 기질 평가를 통과한 뒤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유권을 얻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사육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동물 등록, 맹견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등 조건이 필수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한다.

[성남=뉴시스] 여야 합의를 거쳐 법이 첫발을 뗐지만 이 기간에 개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향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사진은 개식용종식법 시행일인 지난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보신탕거리에 새로 설치된 '모란 흑염소 특화거리' 입간판 뒤로 철창없이 반려견으로 길러지는 개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4.08.16. photo@newsis.com

[성남=뉴시스] 여야 합의를 거쳐 법이 첫발을 뗐지만 이 기간에 개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향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사진은 개식용종식법 시행일인 지난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보신탕거리에 새로 설치된 '모란 흑염소 특화거리' 입간판 뒤로 철창없이 반려견으로 길러지는 개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4.08.16. [email protected]

지자체가 남은 개들을 수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지자체에는 50여 만 마리라는 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시설이 많지 않다.

2022년 기준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239개소다. 직영 64개소, 위탁 174개소 등이 있다. 개 50여만 마리를 보호하려면 센터 1개에서 2000여 마리를 수용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관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번식 억제를 강조했다. 그는 "업주들은 3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영업을 계속하는 사람들인데 그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그렇다면 더는 번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도 개가 남아 있으면 그때부터는 동물보호법을 적용받아 업주들이 불이익을 받는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번식을 지금부터라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번식을 멈추거나 영업을 조기 종료하는 업주를 보상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조 대표는 "차등 요율을 적용해 빨리 영업을 멈출수록 더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용견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그는 "먹는 사람이 없으면 3년을 안 채우고 빨리 영업을 접을 것"이라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개가 자라 동물 복지뿐만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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