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시위대, 민주당 전당대회장서 1968년 반전시위 재현?
경찰 펜스 부수고 반전구호 외치며 행진.. 여러 명 체포돼
바이든 대통령 연설 앞두고 민주당 친 이 정책 비판 목적
[시카고=AP/뉴시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를 하루 앞둔 18일 부터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DNC는 19일부터 22일까지 미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홈구장인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다. 2024.08.20.
대규모의 시위대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 일부인 수 십명이 경찰의 보안 철책을 무너뜨리거나 부수고 그 곳을 통과했다.
이들은 검은 색 옷차림에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부서진 펜스의 조각들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유나이티드 센터 부근의 공원으로 다시 끌어다 놓았다.
하지만 울타리를 부수고 가까스로 진입에 성공한 시위대 가운데 여러 명은 곧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해 수갑을 채웠다.
시카고 경찰 당국은 그러나 전당대회장을 둘러 싼 보안구역의 안 쪽 펜스 까지는 아직 침입한 사람이 없으며, 전당대회 참석자들에게도 아무런 신체적 위험이 없다고 발표했다.
시위 군중들은 "(가자지구) 점령을 당장 끝내라!" "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등을 외쳐 마치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의 악명 높은 반전 시위와 똑같은 광경이 재현되었다.
그 당시에도 시카고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반전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시위대가 강경 진압되는 광경이 TV로 고스란히 생중계되기도 했다.
19일 일부 시위대원들이 경찰 보안 병력 앞에 세워진 두 번째 펜스를 무너뜨리려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탄 발사용 가스 마스크를 썼다.
이 번 시위와 행진은 그 동안 친팔레스타인 단체들로부터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아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의 텅빈 유나이티드 센터로 걸어들어가는 시점을 노려서 거행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날 저녁 민주당 행사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행진에 나선 시위대는 북을 치면서 " 바이든, 당신은 숨을 수 없다. 우리는 당신을 대량학살 혐의로 고발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 제노사이드( 대량학살) 조!"라고 불렀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바이든이 대선에서 물러났지만 민주당은 빠르게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재집결했고 해리스가 이 번주 대통령후보를 공식 수락했기 때문에 투쟁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전국의 민주당 지도자들 앞에서도 똑같은 목소리를 계속 더 크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DNC)를 향해 행진하는 "DNC행진 연합"의 헤이텀 아부다예 대변인은 " 우리는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맹수의 배 중심부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끊고 팔레스타인 편을 들도록 외치는 것이 목적"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행진에 맞선 경찰 병력 가운데에는 래리 스낼링 시카고 경찰청장도 있었다. 그는 시위대에 맞서고 있는 경찰 최전선 부대 가운데에서 함께 행동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시 당국이 이번 사태에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 시카고 시는 이런 일에는 정말 능숙하게 잘 대처할 수 있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시위 조직자들은 19일 항의 행진에 최소 2만 명 넘게 참석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날 행진이 시작될 때의 인원은 불과 수 천명에 그친 듯이 보였다. 시청 관계자는 군중의 숫자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시위 조직자 가운데 파야니 아보마 미하나는 " 그래도 이 정도면 자랑스러울만 하다. 특히 시 당국이 이 정도의 강력한 압박과 방해를 하고 있는 정도에 비추면 우수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시카고=AP/뉴시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를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경찰의 질서 유지 펜스를 통과해 행진하고 있다. 2024.08.20.
아틀랜타 시에서 이 곳까지 행진하러 온 '자유의 길 사회주의 운동'의 조직자 테일러 쿡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 온 목적이 모든 민주당원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끊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며, 특히 해리스를 향해 이를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카멀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이니까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표를 주지 않겠다고 말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워싱턴 D.C.에서 시카고까지 시위를 위해 여성 단체 시위대들을 이끌고 왔다는 메디아 벤자민은 "지금 같은 일방적 대량학살 상황에서도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해 무려 200억 달러 (26조 6,920억 원)의 무기 지원을 추가로 승인하는 것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국민이 요구하는 것과 정 반대의 결정을 내리고 수행하는 것은 정말 놀랍다. 우리는 이런 사태에 극도로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시위대는 시카고 서부 지역의 상가 밀집구역 공원에 집결해서 행진 출발 전에 사전 집회를 가졌다.
공원 주변에는 그 동안 약 40명의 친 이스라엘 시위대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대부분 침묵을 지킨 채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데 그쳤다.
이들 주변에는 20여 명의 오토바이 경찰대가 보호에 나섰고 간혹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카고 유대인 동맹의 공동 창립자인 조시 와이너 대표는 "우리들의 시위 의도는 우리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뿐이라며 집회 신고를 미리 냈지만 시 당국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여러 곳의 집회와 행진 허가까지 받았는 데 이건 좀 너무 편파적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스넬링 경찰청장은 18일 밤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성소수자의 낙태 반대 시위 등이 있었지만 시위 주최측과 경찰이 모두 극도로 자제해 어떤 폭력이나 파괴행위,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양쪽 모두를 칭찬했다.
그는 "시카고 경찰은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이 곳에 와있다. 우리는 어떤 폭력도, 어떤 위협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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