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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행사에 '학생 히잡 금지' 시끌

등록 2024.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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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AP/뉴시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자카르타 의회에서 본인의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네덜란드에서 독립했다. 2024.08.16.

[자카르타=AP/뉴시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자카르타 의회에서 본인의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네덜란드에서 독립했다. 2024.08.16.


[서울=뉴시스]박은영 인턴 기자 = 인도네시아 당국이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국기 게양을 담당하는 학생들에게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당국이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히잡을 벗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신수도 누산타라에서는 79주년 독립기념식이 열렸다. 1945년 8월 17일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이날을 독립기념일로 제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독립 기념행사에는 '파스키브라카'(Paskibraka)라 불리는 국기 게양대가 참가한다.

이들은 국기 게양 및 강하를 담당하는데, 행사 전 몇 달간 모여 훈련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는 파스키프라카로 선발되는 것이 자랑거리로 여겨진다.

그런데 행사를 앞둔 지난 13일 국립 파스키브라카 위원회(PPI)가 자카르타에서 열린  파스키브라카 취임식에서 여학생 18명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구스타 페라자 PPI 회장은 14일 성명을 내고 "왜 히잡 착용이 금지됐느냐"며 "이는 다양성 자체를 해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팀 내부 인사이동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서부 수마트라 대표인 마우리아 페르마타 푸트리가 국기 트레이를 운반하는 업무를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를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동부 칼리만탄 출신 리베니아 에블린 쿠르니아완으로 변경했다는 게 PPI의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자 유디안 와유디 이데올로기 개발청장(BPIP)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고 "파스키브카라 여성 대원들이 기존 규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히잡을 벗었다"며 "취임식과 국기 게양식 때만 잠깐 히잡을 벗은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BPIP의 대응은 되레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일각에서는 유디안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무슬림 학자인 이맘 샬시 알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벗어야 한다는 건 극단적인 요구"라며 "미국에서는 히잡을 벗으라고 명령하는 기관이 있다면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감독, 통제 및 법 집행 기관도 시민 단체와 함께 자바주 솔로시 법원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BPIP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취임식 때 히잡을 벗은 파스키브라카 대원들의 회복 비용으로 2억 루피아(약 1732만원)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위도도에게 텔레비전과 온라인 등을 통해 공개 사과 방송을 진행하고, 유디안을 BPIP의 수장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BPIP는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히잡 착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무슬림 국가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타 이슬람 국가처럼 무슬림들에게는 이슬람법을 적용한다. 히잡 착용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특히 많은 학교가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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