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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여당 "동결 아쉽다"…한은 "내수 회복 빨라져" 반박

등록 2024.08.24 09:00:00수정 2024.08.24 09: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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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8.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8.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정치권에서는 "아쉬운 선택"이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낮춰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은은 금리 동결에 대해 집값 급등 문제가 내수 문제보다 더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맞섰다. 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에 대해서도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며 재차 반박했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 22일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묶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역대 최장기간인 1년 7개월 동안 3.5%로 유지됐다.

한은 금리 동결…정치권 "내수 보면 아쉽다"

대통령실은 금통위 직후 이례적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에 대해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정도로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수렴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지며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언급하면서도 "내수는 좀 시간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지만, 금융 안정은 지금 막지 않으면 조금 더 위험하다"고 했다. 금리 결정에 있어 경기보다 집값에 무게를 뒀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을 시작으로 정치권도 줄줄이 한은의 금리 동결에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기 침체와 내수에 대응해야 할 한은의 지나친 위축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원내 회의에서 "내수 차원에서 약간 아쉬운 감이 있다"고 했다.

"전망치 낮췄지만 기술적 이유…하반기 회복"

한은도 8월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으며 내수에 대해 우려한 상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4%포인트, 3.3% 포인트 내렸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2.1%를 유지했다.

하지만 풀이는 정치권과 달랐다. 이 총재는 전망치 수정에 대해 "1분기 깜짝 성장률이 소비를 포함해서 일시적인 요인이 컸다"며 "2.4%는 여전히 잠재성장률(2.0%)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적으로 숫자가 내려갔지만 경기가 나빠졌다는 등 기조적인 변화는 없다는 설명이다.

23일에는 올 하반기엔 내수 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란 보고서도 내놨다.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페이퍼에 따르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는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임금 상승률 확대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에 따른 구매력 개선에 점차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총재 역시 금통위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 낮은 수익성으로 보너스가 없어 임금이 크게 오르지 못했지만, 하반기 보너스 지급이 이뤄지면 내수로 연결될 수 있을지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수출 호조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만큼 하반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13차례 연속 동결했다. 역대 최장기간 동결이다. 내수 부진 우려에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지만, 금리 인하가 치솟고 있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13차례 연속 동결했다. 역대 최장기간 동결이다. 내수 부진 우려에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지만, 금리 인하가 치솟고 있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인하 시기 놓쳤다"…한은, 10월 인하 전망

하지만 이 총재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통상 수출 호조는 시차를 내수를 끌어올리지만, 우리나라는 낙수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내수 반등을 제약하는 요소다.

한은의 내수 회복 자신 피력은 일부 정치권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제기하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 압력에 대한 반박으로도 읽힌다. KDI는 이달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5%로 제시하며 수출 개선세에도 고금리가 민간소비를 제약한다고 경고했다.

또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이 5월 전망 대비 0.3%포인트 하향한 1.5%에 그치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며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를 예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5월 금통위 때부터 금리를 조정하는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게 된 배경을 1분기 성장의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조정한 결과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내수부진 가능성을 좀 더 염두에 둔 결과로 보인다"면서 한은이 결국 10월엔 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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