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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팔아요, O형 연락주세요"…'장기판매' 내몰린 사람들, 배경은

등록 2024.09.02 11: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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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출신의 마웅 마웅(가명)이 인도 뉴델리 한 병원에서 신장 한 쪽을 떼주는 수술을 받았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얀마 출신의 마웅 마웅(가명)이 인도 뉴델리 한 병원에서 신장 한 쪽을 떼주는 수술을 받았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1. 딸과 아내가 있는 마웅 마웅(가명)씨는 지난해 8월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신장 한 개를 떼어냈다. 신장 이식 대가로 그는 중국계 미얀마인 사업가로부터 미얀마 연평균 도시가구 소득의 2배에 달하는 1000만 짯(약 412만원)을 받기로 했다.

#2. 미얀마 20대 여성 에이프릴(가명)은 지난 2월 SNS에 "26살이고 혈액형은 O형이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암에 걸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이모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신장을 판다고 글을 올렸다. 이후 미얀마 옛 수도인 양곤에 사는 49세 남성이 1200만 짯(약 496만원)에 신장을 사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집권한 이후 생존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페이스북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장기를 파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장기를 팔겠다는 페이스북 그룹 최소 3개를 발견했으며, 장기 판매자와 구매자, 중개업자 등 장기 매매 관련자 약 20명을 접촉·취재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국민 5400만명 중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는 2017년 이후 약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 사는 배달 기사 마웅 마웅은 2022년 말 반군을 위해 물품을 배달한 혐의로 군사정권에 의해 수주 간 붙잡혀서 고문당했다.

그 기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의 아내가 대출을 받아야 했고, 남편은 이후 풀려났지만 직장을 잃고 무일푼에다 빚더미에 앉게 됐다.

절박한 처지가 된 마웅은 결국 페이스북에 자신의 신장을 판다는 글을 올렸다.

마웅은 당시 "돈을 위해 강도질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서 "아내도 나처럼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딸을 위해 우리는 버텼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장기를 파는 사람들은 대개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인도에 가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다.

인도 법에 따르면 장기기증은 일부 허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친척 간에만 가능하다. 그 외에는 불법이다.

따라서 업자들은 변호사와 공증인 도움을 받아서 가족 관련 기록을 위조한다. 장기 판매자를 이식 대상자의 배우자나 사위 또는 며느리 등 친인척으로 위장하는 식이다.

마웅은 신장 이식을 위해 대상자의 가짜 사위가 됐다.

에이프릴은 간호사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가난 때문에 꿈을 접었다. 18살 때 양곤으로 이사해 의류 공장에서 일했지만, 월급 100달러(약 13만원)으로는 생활비와 이모의 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에이프릴은 신장 판매를 하기로 결정, SNS를 통해 구매 희망자를 만났다.

이후 그녀는 대상자인 남성을 만나 가족 사진을 찍었다. 해당 남성의 '가짜 장녀'가 된 것이다.

통상 신장 공여자는 신장 하나로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 이후 남은 신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할 수 없다고 미국 국립신장재단(NKF)은 경고했다.

마웅은 "난 최대 15~20년 더 살고 죽을 것"이라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때 내가 이것을(장기 매매) 하지 않았다면 내 삶은 혼돈에 빠졌을 것"이라며 "내 아내와 아이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가족 셋 다 죽었거나 미쳐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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