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천변가에 팔뚝만한 가지·고추가 쑥쑥, 알고보니 "불법 경작물"
천변 인근 고추·가지 등 불법 경작물 산재
법령 위반은 물론 하천 오염 가능성도
구청 "손배 청구 위험 있어, 처분 검토하겠다"
[전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4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인근의 삼천변 토지에 '불법 경작 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토지 인근엔 불법 경작물이 자라고 있다. 2024.09.04.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전북 전주천변 인근에 미관을 해치고 하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불법 경작물들이 방치되고 있어 전주시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일 전주시 일대를 따라 흐르는 삼천 인근의 한 자전거도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우거진 풀숲 안쪽으로 고추, 파 등의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구석엔 흙을 일궈내 언덕을 작게 만들고 그 위로 검은 비닐을 덮은 후 구멍을 냈다. 그 위로는 쪽파 모종으로 보이는 식물이 열을 맞춰 자라고 있다.
다른 한쪽엔 쇠막대기를 박아 고추 모종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구조물도 있었다. 이곳에서 자라는 고추는 방치된 채로 말라비틀어진 것도 있었지만 새빨갛게 익은 고추도 상당수 있어 누군가가 관리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밭엔 아이 팔뚝만 한 가지가 자랐거나 어떤 작물인지 모를 큰 잎줄기가 허리춤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 모두 누군가가 허가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기르고 있는 농작물이다.
하천을 관리하는 완산구청은 이러한 불법 경작을 막기 위해 농작물이 자라는 흙밭에 '불법 경작 금지'라는 글씨가 박힌 팻말을 10여개 넘도록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다.
팻말에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하천법 등에 따라 불법 농작물 경작을 중단하고 토지를 원상복구할 것을 명령한다" "팻말 설치 2주 후에도 복구가 되지 않으면 임의로 농작물을 처분하겠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있지만 설치된 팻말은 비와 햇빛에 노출돼 색이 변한 채로 오랜 시간 방치된 모습이다.
농작물을 임의로 처분하겠다는 지자체의 경고가 무색해진 것이다.
하천 주변의 땅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하천법,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엄격히 금지돼있다. 만약 무단으로 땅을 썼다면 사용한 사람이 바로 원상복구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러한 불법 경작은 단순히 무단 사용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천의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하천 오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곳 흙밭엔 누군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다 쓴 비료 포대가 버려져 있었는데, 이 비료가 불법 경작에 사용됐다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하천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지자체는 불법 경작이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농작물들을 처분하고 하천을 원상복구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관리 주체인 완산구청은 지속적인 순찰을 나서고 있지만 불법 경작물을 확인 후 제거하게 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해 함부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완산구청 관계자는 "하천 순찰과 함께 불법 경작을 발견하거나 민원 사항이 들어왔을 경우 확인 후 조치하고 있지만 (불법 경작물이) 일단은 사유재산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조속한 조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 다른 지자체들은 오래 방치된 불법 경작지들에 대해 행정대집행(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의무를 대신 이행하고 의무자로부터 그 비용을 징수하는 것) 등으로 불법 경작지를 모두 정리해 완산구청의 태도와 대조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송도국제도시 일대의 불법 경작지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으며 경기 시흥시도 지난 5월 지하차도 일대의 불법 경작지 정비를 행정대집행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타 지자체의 행정대집행 시행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우리 역시 불법 경작지를 정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단순히 팻말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을 알지만 전주시 등 타 부서에서는 이를 처리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될 수 있어 최대한 놔두라 한다"며 "또 행정대집행을 위해 무단 사용자를 찾아내려고 해도 대부분 새벽에 작물을 심은 후 사라져 추적도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의 예시를 참고해 해당 지자체에 연락해 처리 방식을 물어보고 이를 토대로 상부에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검토 보고를 올리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4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인근의 삼천변 토지에 '불법 경작 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토지 인근엔 불법 경작물이 자라고 있다. 2024.09.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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