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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사탕 마약 확산…"모르고 먹어도 처벌받을 수 있어"

등록 2024.10.08 16:47:19수정 2024.10.08 1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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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준 대마젤리 먹었다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받은 사례 있어

대마 가공품 압수량 4년간 10배 증가

전문가 "MZ세대 중심 예방교육 필요"

[서울=뉴시스] 대마 등 마약류가 젤리, 사탕, 과자 등 가공품 형태로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2024.10.08.

[서울=뉴시스] 대마 등 마약류가 젤리, 사탕, 과자 등 가공품 형태로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2024.10.08.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남자친구가 준 젤리를 먹었는데 머리가 아파요. 마약을 한 것 같아요."

지난달 19일 새벽 20대 여성 A씨는 112에 이렇게 신고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클럽에서 대마 성분이 든 젤리를 먹은 뒤였다. 경찰은 A씨를 주거지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와 그의 남자친구에게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대마 등 마약류가 젤리, 사탕, 과자 등 가공품 형태로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마약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주사기로 마약류를 투약하고, 코로 흡입하거나 물에 타서 마시던 방식보다 더 단순해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공품인 데다가 먹기 편해 모르고 먹거나 쉽게 받아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8월21일에는 대학원생 오모(26)씨가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12월께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 근처에서 불상의 외국인에게 대마 젤리를 받아먹고, 남은 젤리를 회사 동료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올 7월11일에는 대마 젤리를 먹고 이를 대학교 동창에게 나눠준 유모(31)씨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도 지인에게 젤리를 공짜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먹은 동창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다.

대마젤리 등 대마 가공품 압수량은 계속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마젤리, 대마쿠키 등 대마 가공품 압수량은 9.5㎏에서 2022년 103.5㎏으로 급증했다. 4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약 34.2㎏의 대마젤리, 대마초콜릿 등이 압수됐다.

대마 가공품의 유통 경로로는 해외 직접구매나 밀반입 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마 사용이 합법인 나라에서 파는 직접구매 해외식품 34개에 대해 기획검사를 했다. 대마 등 성분 함유가 의심되는 해외직구 식품이었다.

그 결과, 모든 제품에서 마약류 또는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확인돼 국내 반입 차단 조치했다. 마약 성분이 확인된 식품 유형은 ▲젤리(13개) ▲사탕(5개) ▲음료(4개) ▲초콜릿(3개) ▲과자(3개) ▲차(3개) ▲캡슐커피(1개) ▲식이보충제(2개)였다.

[서울=뉴시스] 전문가들은 대마 가공품을 모르고 먹었다고 주장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4.10.08.

[서울=뉴시스] 전문가들은 대마 가공품을 모르고 먹었다고 주장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4.10.08.

전문가들은 대마 가공품을 모르고 먹었다고 주장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인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마약류에 대해서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모르고 먹었다고 부인하더라도 젤리 등에 대마 등 성분이 들어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이 있었다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모르는 것이 명백하다면, 누군가 주는 젤리나 사탕을 먹었는데 몸이 이상해져서 신고하거나 병원에서 확인한 결과 그것이 대마초와 관련된, 마약류 가공품이었다면 기소를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대마를 재배·소지·수수·운반·보관하거나 사용한 자,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섭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대마젤리 등 대마 가공품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대마 가공품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변호사는 "대마초는 마약류의 관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법성 인식이 적고 접근이 용이하다"며 "20~30대 젊은이들에게 마약류 폐해와 중독 위험성에 대한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변형된 마약류가 우리나라에 많이 확산했다"며 "특히 M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엑스터시, 대마쿠키, 대마젤리가 밀반입돼 MZ세대에게 판매되고 있다"고 짚었다.

확산 이유에 대해선 가격이 저렴하고 구입하기가 쉬운 점, 수사 과정에서 증거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나 가정에서 청소년들을 관리·감독해야 한다. MZ세대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사전에 마약을 차단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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