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지하화하는데…'애물단지' 2호선 한양대-잠실 고가 구간은?
1980년대 철강재 부족해 철근콘크리트로 고가 세워
9월 용답~성수 구간 콘크리트 조각 낙하 '애물단지'
지하화 원하지만 B/C분석 결과 0.09로 사업성 없어
고가 소유한 서울교통공사 적자 허덕…가능성 희박
[서울=뉴시스] 2호선 지상철 구간. 2024.11.26. (자료=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시가 1호선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2호선 고가 선로 지하화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3일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길이 약 68㎞, 면적 122만㎡인 1호선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해 녹지공원으로 조성하고 역사부지(171.5만㎡)에 고층 빌딩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상철도 전체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전체 구간은 아니다. 2호선과 4호선 일부 구간에도 중심지를 통과하는 고가 선로·철교 노선이 있다.
한양대~잠실 8.9㎞ 구간 7개 정거장을 비롯해 용두~성수 4.3㎞ 구간 3개 정거장, 신도림~신림 5.2㎞ 구간 3개 정거장, 창동~당고개 4.8㎞ 구간 4개 정거장이 고가선로와 철교 등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한양대~잠실 구간은 1980년부터 건설된 전체 2호선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구간이다. 당시 철강재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인 고가 구간이 먼저 만들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가선로는 애물단지가 됐다. 철도변 도시공간구조 불량을 비롯해 고가 교량에 의해 발생하는 교통 혼잡, 보행 환경 저해, 하천 횡단 구간과 하천을 따라 건설된 고가구조물에 의한 수변 경관 훼손 등 문제점이 속출했다. 지난 9월8일에는 2호선 용답~성수 구간에서 시설물 노후화로 인해 고가 교량 하부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로 낙하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서울시 역시 고가선로 구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시가 2016년 공개한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에 따르면 성수역은 관련 구조물이 보도와 도로상에 설치돼 보도 폭이 좁다. 고가 기둥으로 인한 차량 회전 반경 협소, 중앙선 침범 등 동선이 전반적으로 불량한 상태다.
최근 성수역 인근이 젊은이들에 만남의 장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열악한 환경은 한층 더 부각됐다. 성수역 3번 출입구는 퇴근시간대 성수역으로 진입하려는 이용자들까지 몰리면서 '제2의 이태원 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건대역은 지하철 역사가 교차로 위에 있어 고가 기둥 탓에 교차로 내 차로가 줄었다. 기둥으로 인해 유턴차량 대기 공간이 좁고 좌회전 때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교차로 횡단 때 보행 공간이 좁다.
구의역은 고가 기둥으로 인한 좌회전·우회전 차량 발생, 시야 미확보 등으로 사고 가능성이 크다. 직진 차량과 이면도로 본선 진입 차량 간 충돌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잠실나루역 관련 구조물도 보도와 도로상에 설치돼 있다. 교차로 기하 구조가 불량해 보행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교차로상 교각으로 인해 차로 용량이 감소하고 차량 이용자의 진출입 동선이 불량하다.
[서울=뉴시스] 2호선 한양대역~잠실역 구간. 2024.11.26. (자료=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고가선로로 인한 불편이 가중되면서 지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사실 지하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서울시가 추정한 지하화 사업비는 2010년 기준으로 한양대~잠실 1조4263억원, 용두~성수 6470억원, 신도림~신림 7321억원, 4호선 창동~당고개 7404억원이었다. 지가 상승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비용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2016년에도 서울시는 '지하철 2호선 지하화 구간사업비의 재원조달 방안'을 통해 2호선 지하화 총사업비를 3조8844억원으로 추산하며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업 구간 전체의 비용편익분석(B/C) 결과는 0.09로 경제적 타당성 판단 기준인 1에 크게 못 미쳤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탓에 민간 투자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2019년에도 서울시는 "현재 2호선 지하화는 사업의 경제성, 재원 문제로 당장은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유지인 1호선 국철 구간과 달리 고가선로 등 2호선 지하화 공사 부지가 서울교통공사 소유 등으로 소유 주체가 혼재돼 있는 점 역시 난제 중 하나다.
2호선 부지 중 상당 부분을 소유한 서울교통공사가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점 역시 난관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 6월 기준 7조833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5년 간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만 총 3723억원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578억원, 2020년 560억원, 2021년 594억원, 2022년 848억원, 지난해 1054억원, 올 6월 기준 667억원이었다. 하루 평균 이자비용은 고금리 등 영향으로 2019년 1억6000만원에서 올해 3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가 2호선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기는 역부족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유보자금 활용이나 공사채 발행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뉴시스] 철로 하부 구조물로 인한 교통, 보행, 경관 문제. 2024.11.26. (자료=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2호선을 지하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 공개한 '서울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에서 청사진을 내놨다.
이 연구에 따르면 2호선 잠실~한양대 구간은 지하화 후 하늘공원길로 조성된다. 한강과 성수동을 따라 상업·업무, 첨단지식산업 등을 연계하는 도심 여가문화축이 육성된다. 2호선 신도림~신림 구간은 도림천 수변여가축으로, 4호선 창동~당고개 구간은 창동 신경제문화축으로 바뀐다.
국회에서도 '도시철도지하화 및 도시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안'이 2건 발의돼 상임위원회 심사 중이다. 올해 1월 통과돼 1호선 지하화를 견인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에 자극을 받은 여야가 앞 다퉈 도시철도 특별법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민정 등 15명이 지난 6월, 국민의힘에서는 박정훈 의원 등 11명이 11월 각각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도시철도지하화통합개발 시행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고 도시철도지하화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도시철도부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가 특별법을 통과시켜 꺼져가던 2호선 지하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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