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만 7번째…'건보 특사경'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특사경 권한 부여' 사법경찰관리 직무법 개정안
7월부터 발의됐지만 모두 법사위 문턱 못 넘어
의료계 반발 커…의협 "보험자·공급자 관계 왜곡"
비공무원의 수사권 행사…'불가피성' 쟁점될 듯
건보공단 "2000억원 재정누수 차단 효과 기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 로고. 2023.10.25. [email protected]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사법경찰관리 직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범죄에 한해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전 의원은 "불법개설기관은 수익 창출에만 매몰돼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고 의료서비스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하게 함으로써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조기에 근절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며 건보 재정누수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전했다.
22대 국회 들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지난 7월부터 유사한 법안들이 6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몇몇은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로 회부됐으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안이 통과되면 의사들의 진료권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9월 보도자료를 내고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으며, 의료기관 대상 조사를 빌미로 하는 임의 절차마저도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 수사처럼 변질될 것"이라며 법안 논의를 중단하라고 했다.
최근엔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나온 전공의 '처단' 포고령으로 인해 더욱 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일부 의료계에서 의료개혁 방안을 두고 정부와 이어오던 소통마저 끊긴 상태다.
[부산=뉴시스] 경남에 위치한 A(50대·여)씨의 사무장병원 수술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행법상 비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주는 사례는 선내·기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선장·기장 등),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하는 경범죄(국립공원관리공단 임직원), 금융시장의 시세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금융감독원 임직원), 교도소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민영교도소 장 및 직원) 정도다.
박동찬 법사위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비공무원의 수사권 행사의 경우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고 수사권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서, 일반사법경찰의 접근이 곤란해 범죄 발생을 바로 인식할 수 있는 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고서는 범죄·사고로 인한 피해 확대를 방지하기 곤란한 긴급성 및 불가피성이 인정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불법개설 의료기관 범죄 수사에) 긴급성 또는 불가피성이 있는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선 특사경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불법개설기관의 부당 청구 금액은 올해 9월 기준 3조500억원에 달하지만 징수율은 7.86%(2399억원)에 불과하다. 평균 11개월이 걸리는 수사 기간 동안 수사 대상자들이 재산을 은닉해 징수율이 떨어진다는 게 건보공단 설명이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신속한 수사에 따라 수사기간이 평균 3개월로 줄어들고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재정누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으로부터 지킨 재원은 간병비필수의료 등 급여범위 확대와 전국민 보험료 부담 경감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 측면에서도 특사경을 통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암환자 페이백, 무면허 수술, 비급여 진료 양산 등 국민이 피해를 입는 범죄를 신속히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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