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돌' 미륵의 재발견…'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시각연구밴드 ‘이끼바위쿠르르’ 첫 개인전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서 개최
양혜규 등 17팀 참여 ‘언두 플래닛’전도 열려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서울 소격동 아트센터에서 열린 이 전시는 미륵을 통해 본 ‘오래된 미래’를 제시한다.
전시 제목 '이끼바위쿠르르'로 먼저 눈길을 끄는데, 이는 이 전시를 만든 '시각 연구 밴드' 이름이다. 고결, 김중원, 조지은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끼가 덮인 바위를 뜻하는 '이끼바위'와 의성어 '쿠르르'의 합성어다.
이들은 농부, 해녀, 학자 등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식물, 자연현상, 인류, 생태학을 배운다고 한다. 자생하는 동시에 경계를 넓혀가며 생태의 일부가 되어가는 열대와 해초에 주목하고 그 현상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이끼바위쿠르르의 2채널 비디오 ‘거꾸로 사는 돌’(2024).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웃는 돌' 미륵에서 출발한다. 2채널 비디오 작품 ‘거꾸로 사는 돌’(2024)은 이끼바위쿠르르가 수도권 외곽, 논과 밭, 시골 등에서 발견한 미륵불의 온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찰 주변에서서 잊혀지거나, 마을 어귀와 들판 속에서 방치된 채 버려진 돌로 남아 있게 된 미륵의 재발견이다. 망가진 축사 옆이나 태양광으로 가득 찬 폐교에서 발견되는 미륵은 그럼에도 웃는 모습으로 생동감을 전한다.
미륵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이 전시는 '과거를 살아내는 돌'로서 미륵을 재조명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 영상 속 미륵 석상을 본떠 제작한 ‘거꾸로 사는 돌’(2024)이 설치되어 존재감을 빛낸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6점의 드로잉 연작 ‘더듬기’는 석상 위에 한지를 덧대고 숯으로 문질러 완성했다. 차갑고 단단한 석상을 숯으로 더듬으며 작가들이 미륵을 만지고 느꼈던 경험을 전달한다.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부처님 하이파이브' 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를 살아가는 미륵은 단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존재가 아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미륵을 통해 산과 바람, 하늘과 땅과 새롭게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하며, 근대성에서 추구하던 속도를 벗어나 자연과 연결된 고유한 속도로 회복하는 여정을 제안한다.
아트선재센터 그룹전 ‘언두 플래닛’에서 선보인 양혜규 작가의 비디오 작품 ‘황색 비’(2024·왼쪽).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이 전시와 더불어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지구와 생명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그룹전 ‘언두 플래닛’도 함께 열린다.
양혜규, 홍영인, 임동식, 로버트 스미스슨, 낸시 홀트, 댄 리, 데인 미첼, 사이드 코어, 시마부쿠, 시몽 부드뱅, 실라스 이노우에, 얀 보, 이끼바위쿠르르, 타렉 아투이, 팡록 술랍, 하셀 암 람키 등 12개국 출신 작가 17팀이 참여했다. ‘언두(Undo)’는 ‘원상태로 돌린다’는 의미로, ‘언두 플래닛’은 지구를 인간이 훼손하기 전 상태로 돌린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가 인공지능(AI) 시각효과 업체인 자이언트스텝과 선보인 '황색 춤'(2024) 눈길을 끈다. 꿀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탄생한 '봉희'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영상 작품이다. 소련과 미국 간 생화학 무기 사용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황색비' 논쟁을 배경으로 가상의 철원에서 꿀벌 '봉희'가 겪는 사건들을 통해 인간 세계의 비극을 돌아보고 인류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양혜규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서울대 기후연구실과 꿀벌 연구를 진행, 양봉용 벌통을 활용해 만든 신작 조각 2점도 공개한다. 전시는 2025년 1월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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