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휴전 합의, 러에 일방적으로 유리"-NYT
우크라 흑해 서부 러 해군 이미 축출
오래전 곡물 수출 전쟁 전 수준 회복
러 불가능한 제재 해제 요구로 협상 지연
![[오데사=AP/뉴시스]러시아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 오데사의 상가 건물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이 중재한 흑해 휴전 합의에 오데사에 대한 공격 금지 등 실질적 내용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3.27.](https://img1.newsis.com/2025/03/21/NISI20250321_0000198242_web.jpg?rnd=20250327083801)
[오데사=AP/뉴시스]러시아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 오데사의 상가 건물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이 중재한 흑해 휴전 합의에 오데사에 대한 공격 금지 등 실질적 내용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3.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최근 미국 중재로 제시된 우크라이나 부분 휴전 합의가 러시아에만 유리한 내용이며 러시아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전투 즉각 중단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으나 러시아는 경제 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휴전 시작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살상을 멈춰야 한다”는 원론적 요구만 반복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입장들이 러시아가 협상에서 시간을 끌며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련의 소규모 휴전 합의를 추진해온 트럼프 정부는 소규모 합의들이 보다 광범위한 휴전, 나아가 종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평화중재자 이미지를 원하는 미 백악관으로부터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수단일 뿐이다.
러시아는 지난 25일 자국 국영 농업은행인 로셀호즈방크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만 흑해 휴전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요구에 미국이 동의해 유럽 동맹국에 제재 해제를 압박한다면, 이번 흑해 휴전 합의는 우크라이나보다 모스크바에 훨씬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흑해 휴전 합의에 앞서 미국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30일 공격 중단이라는 부분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었다.
이는 러시아 내 석유 및 가스 시설에 큰 타격을 준 우크라이나 공격을 고려할 때 모스크바에 더 유리한 결과였다. 특히 합의 이행을 강제할 장치도 없어 합의 발효 뒤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보다 앞선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해 제시한 30일 휴전안을 우크라이나의 징병과 군사훈련, 무기 수입 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거부했다.
미 국무부 전 당국자 출신 다니엘 프리드는 “러시아가 분명 시간을 끌고 있으며 그런 전략에 능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도 러시아가 “아마도 발을 질질 끄는 것 같다”고 말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흑해 휴전안은 2022년 유엔이 중재했던 합의를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제시됐다.
유엔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특정 항로를 통해 수출하되 러시아가 상선을 검색할 수 있게 한 내용이다. 당시에도 러시아가 이 조항을 악용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지연시켰다는 평가가 있었다.
흑해곡물합의가 깨진 뒤 우크라이나가 직접 러시아 해군을 흑해 서부에서 몰아냄으로써 수출항로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수준으로 곡물 수출을 회복해 유엔 합의가 시행된 때보다 더 많이 수출해왔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런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프리드 전 국무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나 곡물 수출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해야 흑해 휴전 합의가 균형이 잡힌 합의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25일 발표한 내용에는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프리드는 “러시아가 제재 해제 문제를 협상 의제로 올리는데 성공했다”며 러시아가 협상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에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해왔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검증한 뒤에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러시아가 흑해 휴전 합의에 제시한 조건들이 러시아가 미국을 속여 양보를 얻으려는 전략의 증거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내건 조건들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 국영 은행을 국제 결제 시스템(SWIFT)에 다시 연결하는 데는 유럽 국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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