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노출량 33배인데"…'묻지마 CT' 남발하는 병원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과잉검진 등 지적
코로나 입원환자 97%에 CT찍은 병원까지
안과병원 일반혈액검사 11배 이상 시행도
"필요성·가격 등 물어 똑똑한 의료 이용을"
![[서울=뉴시스]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초고령 사회, 슬기로운 건강관리’를 주제로 의료과다 이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건보공단 제공) 2025.03.2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8/NISI20250328_0001803299_web.jpg?rnd=20250328101755)
[서울=뉴시스]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초고령 사회, 슬기로운 건강관리’를 주제로 의료과다 이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건보공단 제공) 2025.03.28. photo@newsis.com.
28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에 따르면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6층에서 개최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초고령 사회, 슬기로운 건강관리’를 주제로 의료과다 이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강연하며 이같이 제언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과다 의료이용으로 환자의 안전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건강보험 환자 진료에 소요된 진료비 총액이 10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 중 65세 이상의 진료비는 전체의 43.1%를 차지했는데, 인구 고령화로 그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2023년 기준 연간 외래 이용 횟수가 365회 초과한 사람은 2448명이었다. 10종 이상 약물을 상시 복용(6개월간 총 투약일수 60일 이상)하는 만성질환자는 지난해 상반기 총 136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이 82.2%를 차지했다.
정 이사장은 "25종 이상의 약을 먹는 사람도 5000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의사의 처방도 많고 환자들도 약을 처방해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내가 복용한다는 생각으로 환자에게 되도록 적게 처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불필요한 검진항목을 없애 '근거 기반의 건강검진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개선 대상은 흉부 엑스레이·신장질환 검사다. 그는 "결핵은 노인의 병이 돼 중학생이 흉부 엑스선을 찍을 필요가 없고, 증상이 없는 74세 이상이나 90세 이상에게 폐암이나 대장암 검진을 권유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 이런 부분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과다 의료이용 사례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흉부 CT를 남발한 것을 소개했다. 폐렴은 엑스레이로 충분히 진단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피폭량이 엑스레이의 최대 33배에 달하는 흉부 CT를 촬영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5/03/28/NISI20250328_0001803037_web.jpg?rnd=20250328022640)
[서울=뉴시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CT 촬영이 불필요하게 과잉으로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건보공단이 이날 처음으로 공개한 '2023년 코로나19로 인한 CT촬영자 수 및 비중(입원·외래환자)을 살펴보면 1위인 A병원은 전체 환자 8602명 중 CT촬영자 가 2630명으로 CT촬영 비중이 30.6%에 달했다. A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3명이 CT를 촬영한 것이다. 2위에 랭크된 B 병원은 전체 환자 1940명 중 CT촬영자가 528명으로 27.2%를 차지했다.
그는 "A 병원을 방문해 확인해보니 2022~2023년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중 97.2%가 CT를 찍었더라"면서 "2022년 초부터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공급됐기 때문에 굳이 CT를 찍을 이유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일반혈액검사(CBC) 과다시행 의료기관 현황도 공개됐다. A안과병원은 2023년 평균보다 CBC를 11.66배 더 많이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다른 병원이 CBC를 1번할 때 11번한 셈"이라면서 "의료기관에서 혈액 검사를 권유하면 환자는 꼭 필요한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물어 의료를 똑똑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CT촬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불필요한 검진을 줄이기 위해 과잉 검진 행태를 보이는 의료기관에 개선을 권고할 방침이다. 또 권고에도 불구하고 과잉 검진이 지속되는 의료기관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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