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제한 어겨 타지역에 구제역 피해…대법 "손해배상 책임 없어"
이동명령제한 어기고 타 지역에 구제역 전파
지자체, 살처분 보상금 지급 뒤 구상권 청구
대법원 "보상금 지급은 지방자치단체 의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 못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원도 철원군이 A씨 외 4명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015년 1월8일께 이들의 농장 근처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세종시장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이동제한명령을 발령했다.
하지만 A씨 등은 같은 해 2월7일 이동제한명령을 어기고 중개업자를 통해 돼지 260마리를 판매했고,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한 농장으로 돼지들을 이동시켰다.
이후 해당 농장에 있는 돼지 중 일부가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였고 당국은 돼지 618마리를 비롯해 가축들을 살처분했다. 살처분된 돼지 중엔 A씨 등이 이동시킨 돼지 260마리도 포함돼있었다.
철원군은 피해를 본 농장에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과 생계안정 비용, 살처분 비용 등을 지급하는 한편, A씨 등과 중개업자들에게 해당 금액 상당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처럼 구제역 전파로 인해 이동제한명령 대상인 돼지 반출에 참여한 농장주 등이 보상금을 지급해 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직접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A씨 등이 연대해 철원군에 1억7300여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동제한명령을 위반해 돼지를 반출한 행위와 다른 농장에서 받게 될 살처분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자체의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이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자체가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것은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정한 지자체의 의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게 된 원인이 이동제한명령 위반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지자체가 다른 법령상 근거 없이 곧바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동제한명령 위반으로 가축 소유자에게 손해를 발생시켰고 지자체가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다른 법령상 근거 없이 직접 피해자로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설시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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