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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시인 김승일 "시작 활동은 노벨문학상 향한 여정"

등록 2022.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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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시집 '항상 조금 추운 극장'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승일 시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2.12.2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승일 시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2.1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노벨문학상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야죠."

농담이 아니다. 시인 김승일(35)은 진지하다.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를 펴낸 그는 최근 세 번째 시집 '항상 조금 추운 극장'과 함께 호기롭게 돌아왔다.

노벨상 수상을 위한 그의 열정은 최근 시집을 출간하며 시작한 유튜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유튜브 채널명부터 '노벨문학상을 향한 여정'이다. 앞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을 기록하겠다는 포부로 지었다고 한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 노벨상을 의식하지 않는 척해야 한다"는 시인은 그렇게 "안녕하세요. 여긴 극장입니다. 조금 춥습니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다소 엉뚱한 영상을 올렸다.

시집에서는 진지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소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이번 시집이 보다 대중적으로 읽히길 바라며 썼다. 시집 제목 그대로 "항상 조금 추운 극장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마치 극장에서 시가 상영되듯,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는 시 30편을 담았다.

"이 시집까지 어렵다고 하면 저는 이제 갈 데가 없어요."

최근 김승일을 서올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승일 시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2.12.2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승일 시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2.12.24. [email protected]


10년간 이어온 시 수업…중요한 건 "지속가능성"

"'에듀케이션'을 쓴 시인인데 수업을 못 하면 안 되죠."

김승일은 시인인 동시에 시 선생님이다. 2009년 등단과 동시에 시 수업을 시작해 10년 넘게 아카데미 등 다양한 곳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시 수업의 목표는 "시를 잘 쓰는 것"이 아닌 "시를 오래 쓰는 것"이다.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쓰는 게 아닌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가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시인의 모습이다.

"일종의 지속가능성인 거죠."

계속 쓰기 위해서 필요한 건 "재미"다. 계속 시를 쓰고 싶은 재미를 김승일은 방법론에서 찾았다. 그는 시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3가지라고 말한다. 화자, 무대(공간), 말하기 방식. 이 3가지를 정하고 나면 다음은 이 시를 왜 쓰고 싶은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김승일 자신도 이런 방법으로 시를 쓴다. 앞서 말한 3가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집을 나서지 않는다. 정해졌다면 카페로 달려가 부리나케 시를 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승일 시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12.2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승일 시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12.24. [email protected]


'항상 조금 추운 극장'…시집 통해 전달하는 '슬픔', 화자로 등장하는 친구들

"네가 요즘 어떤 시를 계획하는 글을 쓴 다음 그걸 시라고 여기고 있다고. 그게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그러시더라. 누군가가 내 시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말한 것을 시의 서두에 써놓으세요. 누가 여러분의 시를 읽고 어떤 반응을 할지 예측한 다음. 시의 맨 앞에 그 얘기를 쓰세요." (수록작 '요즘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 중)

그의 방법론에 따라 접근해본다면 김승일이 이번 시집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슬픔'이다. 우리 일상 속엔 언제나 슬픔이 있고 슬픔에 대해 쓴다면 계속해서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는 동시에 그는 자신의 재미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들의 이름을 시 속 화자로 등장시키고 역할을 부여했다. 원재연은 나쁜 사람, 최원석은 망상을 많이 하는 사람, 한유주는 주인공의 유년 시절 친구라는 역할을 주는 식이다.

그가 이렇게 쓰는 재미에 처음 빠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시절 독후감 대회에서부터다. 당시에도 그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경험한 장소들에 본인이 갔을 때를 상상하며 쓰는 것이다. 독후감 대회에서 상을 휩쓴 그는 고등학교를 문예창작과로 진학했고 결국 시인이 됐다.

첫 시집 '에듀케이션'부터 주목을 받으며 18쇄를 찍고 만 부 이상이 팔렸다. 자칭 '스타 시인'인 그는 그럼에도 자신의 직업은 시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직업이라고 하면 '시 선생님'이나 '에세이스트'에 가깝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그가 가장 사랑하는 건 시다. 시는, 나아가 문학은 세계와 말로 관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 수업을 이어가는 것에도 그에겐 이런 의미가 있다. 말로 세계와 관계하는 이들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다.

"시인 동료를 늘리고 싶어요. 시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그런 동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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