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 정병국 "베니스서 대한민국 미술 발전상 보여주고 싶었다"
베니스 몰타수도원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1995년 첫 개관 작가 곽훈부터 신진까지 36명 전시
공공·민간갤러리 통합 연대 한국미술 위상 강화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18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을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관은 마지막 국가관으로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중 가장 협소하다. 하지만 의미를 담고 있는 스토리가 많다. 어떻게 해서 마지막 국가관이 됐는지 인식을 시키고 조그마하지만 그 공간을 통해서 대한민국 미술의 발전상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18일(현지시간)이탈리아 베니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만난 한국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한국미술이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한국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개막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지난 30년 간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팀)이 참여 1995년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과 최근의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을 선보인다. 그야말로 '한국미술'의 총합의 자리로 중세 수도원의 건축 공간에서 한국미술의 울림을 전한다.
예술위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및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개막, 19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가 열리는 몰타수도원 입구.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는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한다. 섬과 섬이 마치 산맥처럼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첫 작가인 곽훈부터 최정화 코디 최 함진 황인기까지 한국관을 통해 세계 무대에 소개된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선보인다.
"지난 30년간 거친 작가 망라가 됐다. 2년 마다 열릴 때마다 단절 됐지만 작가들 말을 들어보니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네트워크 계기가 됐다."
정병국 위원장은 "이번 특별전은 원로와 신진의 교류 장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분들을 만난 신진 작가는 발판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 언론의 관심도 많은데 우리 한국관 작가 분들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새롭게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타기사단수도원에서 한국미술 전시는 이례적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몇년 전 베니스 공간들 예약이 돼 있어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문화 관계자들이 물심양면 도와줘 몰타수도원에서 특별 전시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나라 신진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홍보하고 소개할 수 있는 무대는 베니스비엔날레만한 자리는 없다. 앞으로도 예술위는 작가들과 연계성을 맺고 지속적으로 지원 할 것"이라고 했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펼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위치한 몰타기사단수도원은 12세기에 건축된 중세 건물로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기사단 본부로 쓰이다 최근에는 의료지원과 난민 구호활동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건물 한가운데로 회랑과 우물이 있는 중정과 더불어 3000㎡의 넓은 정원의 공간감이 일품인 수도원은 16세기 초 건물의 원형을 유지해 오고 있다.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 소장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의 지난 30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전시’로 시작한다. 이어 작은 방이 밀집한 수도원의 실내와 고즈넉한 중정과 탁 트인 야외 정원에 작품을 선보인다. 수도원의 중정에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열두개의 사찰에서 녹음한 범종의 소리를 담은 배영환의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이 수도원 성당의 종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른다.
베니스의 사설 정원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3000㎡의 야외 공간에는 화합의 메시지와 생태적 상상을 담은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뒤엉킨 사물의 응축된 에너지를 포착한 정서영의 대형 사진작품 '증거'(2014), 북한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드로잉에 담은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 해안가에서 수집한 폐스티로폼으로 탑을 쌓아 생태적 공존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2023-24), 대지와 인간의 호흡을 연결하는 곽훈의 작품은 전 지구적 분쟁과 생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18일 오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이 개막했다. 이날 강기정 광주시장과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참석자들에 나눠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스페이스에서 '마당ㅡ우리가 되는곳'을 주제로 광주정신을 공유하는 전시를 펼친다.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인 11월24일까지 열린다. [email protected]
2025년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식 선정한 4개 병행 전시(광주비엔날레,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한솔문화재단), 베니스에서 개최되는 2개 전시(갤러리 현대, 나인드래곤헤즈)와 어우러져 한국미술이 베니스비엔날레를 점령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서 예술위와 각 갤러리들이 연대해 통합 전시로 펼친 한국미술은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관은 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면서 지속하지 않았고 일관되지 않았다"면서 "올해 커미셔너로 직접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후원도 뒤따랐다"며 긍정 평가 했다. "이번엔 단순히 한국관만 가지고 홍보하는게 아니라 한국관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병행 전시가 이어지는 그런 부분까지도 아르코가 중심이 돼서 홍보와 마케팅을 함께 같이 한다. 단순한 커미셔너가 아닌, 아르코 본연의 역할 확장하는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고 다 함께 뜻을 모아 한국의 미술작가를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어 뜻 깊다”고 말했다.
"이제는 세계는 하나고 국가적 경계를 가지고 귀속 시키는 건 옳지 않다. 우리 한국관도 어느 시점에서는 전세계에 열 필요가 있다. 이제는 네트워킹이고 교류다. 예술 영역 통해 공감대를 넓혀가는 게 예술의 의미기 때문에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본다. 비엔날레 안에만 소통하는 건 아니다. 꼭 국가관이라서 우리나라 작가만 나가야 한다? 그럴 이유가 없다. 그건 이미 백남준 선생이 독일관에서 대표 작가로 나가서 황금 사자상을 받은 계기가 있지 않나. 그래서 여기까지 왔듯 당연히 우리도 국가관의 문을 열 때가 됐다. 한국관 건립 30주년 역사를 정리하고 한자리서 보여주는 건 이걸 계기로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자'는 의미도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특별전도 지속할 계획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물론 이렇게 대규모로 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한국관 전시와 더불어 병행 전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확보해서 신진 작가 소개하는 장도 마련해볼 것"이라면서 "베니스의 다른 전시공간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신진 작가 소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5년 개관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2년마다 한번씩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협소한 공간이 문제로, 예술위는 '한국관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자르디니 공원 맨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국관은 원래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에 있는 화장실 자리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중 26번째로 '마지막 행운'을 잡았다.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에 있는 한국관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도움으로 마지막 국가관으로 개관했다. 건축가 김석철이 공원안에 UFO가 앉은 듯 구불구불한 구조에 유리와 금속을 주재료로 지었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17일 오전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2024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이 가운데 한국관 에서 선보인 검은 형상의 우스OUSs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한국관은 구정아의 단독 개인전으로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향기나는 전시장을 연출했다. 애니메이션 형상의 우스는 하늘에서 살짝 내려오는 모습으로 2분마다 한번씩 코에서 항을 내뿜는다. [email protected]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향기로 물들어 있다.
설치미술가 구정아의 단독개인전으로 '오도라마시티(ODORAMA CITIES)'를 주제로 한국인의 향을 모아 5가지 방식으로 전시장을 연출했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이래 이설희,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첫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어 주목 받아 왔다.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에 대한 설문을 2023년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향을 매개로 전 세계 참여자들의 사연 약 600편을 수집하여 분석한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작은 방에 설치된 검은 아기 같기도 한 '우스(Ousss)’는 하늘에서 살포시 내려오는 듯해 눈길을 잡아 끈다. 둥근 아치형의 작은 창문들이 반사하는 빛에 둘러싸인 형상은 2분마다 한번씩 코에서 연기(향)까지 내뿜어 그로데스크한 신비로움까지 전해 관람객들에 인기를 끌며 볼만한 전시로 꼽히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막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정병국 위원장은 “600여편의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으로 시작된 이번 한국관 전시는 한국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향과 기억이 공간과 사유하는 깊은 인상을 오래도록 남기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한국관이 우리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플랫폼이 되어 왔음을 더 확신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리 미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다.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 전시에 한국 작가가 역대 최고로 선정됐다. 김윤신(아르헨티나)과 이강승(미국 LA) 및 작고 화가 이쾌대, 장우성까지 4명을 포함하여 전 세계 총 330명의 작품 수천 점이 전시됐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의 프리뷰를 거쳐서 20일부터 일반에 공식 개막했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진다.
20242024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관.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베니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있다.2024.04.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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