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핫이슈] 미 공화 1인자 "주말 아빠 싫다" 은퇴 선언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다수당 유지 '초비상'
【워싱턴=AP/뉴시스】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정계은퇴를 밝히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8.04.12
【서울=뉴시스】 미국 공화당의 1인자이자 차기 대통령 감으로 거론돼온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장(48, 위스콘신)이 전격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라이언의 정계 은퇴로 인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이언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내년 1월 정계에서 은퇴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로 "주말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84세 기부가가 자신에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들 말하는데 그건 엉터리이다. 둘 다 중요하다. 그걸 잊지 말아라"하고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결국 가족과 상의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 아이)양육의 90%를 아내가 한다. 나는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만약 내가 올해 임기가 끝난 후 2년 더 의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아이들이 나를 '주말 아빠'로만 알게 될 것이란 점을 깨닫았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등 40대 기수론의 선두주자 위치를 굳혀왔다. 라이언은 지난 2015년 10월 존 베이너의 뒤를 이어 연방하원의장 자리에 오르면서 정치적 입지를 더욱 넓혔다.
라이언 의장의 은퇴설은 사실 지난해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라이언이 친구들에게 중간선거 이후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라이언이 좌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언은 11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많은 법안 이슈에 있어서 정말로 좋은 진전을 이뤄냈다.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트럼프 정부는 이 나라를 위해 큰 변화를 만들어낼 굉장한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정계의 이른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에 대해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체성 정치란 자신이 가진 정체성, 자신이 지지하고 속해 있는 집단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말한다.
라이언 의장은 "나는 분열을 착취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포괄적이며 열망에 찬 정치(inclusive, aspirational politics)를 강하게 지지한다"며 "정체성 정치가 활개치고, 21세기 테크놀러지가 그것을 더욱 부추기며, 불길을 부채질하는 것이 요즘 내가 정치에 대해 갖고 있는 큰 걱정거리이다. 이런 극단화 때문에 이 나라에서 정치적 선의 (political goodwill) 를 가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이 정체성 정치의 산소를 거부할 수 있다면, 최선의 방법은 경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사회계층에서의) 상향 이동을 촉진하며,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하고, 사람들을 가난에서 꺼내 일터로 가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미국 언론들은 라이언 의장의 정계 은퇴를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의 승리'로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11월 8일 이후 지금까지 37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자리를 떠났다. 같은 기간 직을 떠난 민주당 하원의원의 수는 18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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