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350원' 논쟁중…"폐업 위기" vs "더 올라야"
소상공인 "무작정 시급만 올리면 끝이냐"
알바생 "1만원까지 오를 것 기대 했는데"
인터넷 "사회 구조 자체가 문제" 논쟁중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월 1회 동맹휴업을 추진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15일 오후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근무를 하고 있다.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방안 등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18.07.15. [email protected]
서울 신도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하모(63)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된 것에 대해 묻자 15일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년간 편의점을 꾸려온 하씨는 "편의점 일을 하면서 안 힘든 적이 없었지만, 최근 가장 힘들다"며 "정부가 대책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는 게 아닌지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전날 새벽까지 진행한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영업자들과 아르바이트 직원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편의점·식당·카페 등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알바들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오히려 더 올라야 한다"며 반색했다.
◇소상공인 "대처가 안 된다"
편의점주 하씨는 "정부가 현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편의점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알바를 쓸 수밖에 없다. 가족들도 모두 투입돼 운영해야 겨우 수지가 맞는다. 이런 상황도 모르고 아무 대책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면 끝나는 거냐"고 말했다. 하씨는 "우리도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들"이라고도 했다.
5년째 소규모 이탈리안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38)씨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단기간 상승폭이 너무 커 대처가 전혀 안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상인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올려야 하는데, 최근 3년간 3000원 정도를 올려버린 뒤에 '너네가 알아서 장사하라'는 식인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의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의결됐다. 2018.07.14. [email protected]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오히려 이번 최저임금 상승폭이 불만스러운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3)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만원을 넘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다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한 패션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강모(27)씨는 "시급 8350원이 마치 엄청나게 큰 돈인 것처럼 말하는데, 한 달로 치면 150만원이 안 되는 돈"이라며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돈을 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강씨는 "사용자들이 또 어떤 꼼수를 부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급이 올랐다는 것 자체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
전날 새벽 최저임금 상승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에는 찬성하지만 인상폭이 과하게 크다'는 지적과 함께 '최저임금을 올린 정부 탓만 할 게 아니라 이정도 최저임금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 자체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 커뮤니티 사용자는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구조조정 경계에 서게 될 영세업자들 역시 국가가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라며 "현재 재정으로 이들을 보호하기 어렵다면 인상폭을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또 다른 커뮤니티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 정책에는 소득주도만 있는 게 아니라 혁신성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임금인상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편의점주들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네이버 아이디 slr1****은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올렸다고 정부에 시위할 생각 말고 수익률 30% 떼가는 본사한테 항의하고, 임대료를 택도 없이 높이는 건물주에게 시위하라"며 "수익이 나지 않는 걸 정부 탓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본사는 해마다 매출액이 늘고 있지만, 편의점주는 최저임금과 임대료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월 1회 동맹휴업을 추진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15일 오후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근무를 하고 있다.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방안 등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18.07.15. [email protected]
소상공인의 불복종과 편의점의 동맹휴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복종'을 선언했다. 편의점주 역시 최저임금인상률이 5%를 넘을 경우 동맹휴업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 329만원의 64% 수준에 불과한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평균 영업이익은 200만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연합회 측 분석이다.
연합회는 17일 긴급이사회, 24일 총회를 거쳐 동맹 휴업과 집회 등 단체 행동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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