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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암호와의 전쟁 중…"드루킹 파일, FBI도 해독 불가"

등록 2018.07.18 17: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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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확보한 디지털 증거 200여개…28TB 분량

A4용지로 쌓으면 2800㎞ 높이…"63빌딩 1만개"

"대공사범 사용한 프로그램…FBI도 풀기 어려워"

'자미두수' 'KKM' 등 키워드 선별해 패턴 확인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왼쪽), 최득신 특검보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7.18.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왼쪽), 최득신 특검보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7.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에서 범죄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암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18일 특검에 따르면 수사팀이 확보한 디지털 증거는 컴퓨터 등을 포함해 갯수로는 200여개고, 분량은 약 28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여기에 담긴 자료를 A4용지로 출력해 쌓을 경우 2800㎞ 정도의 높이로, 63빌딩 1만개, 롯데월드타워(123층) 5000개를 세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특검팀은 이 디지털 증거 안에 담긴 파일 중 30~35% 정도가 암호로 잠겨 있거나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중엔 이중·삼중으로 암호가 걸려있는 파일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드루킹과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이 파일에 암호를 걸어둘 때 '트루크립트(TrueCrypt)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오픈소스 암호화 프로그램인 트루크립트는 과거 대공사범이 사용했던 것으로,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미국 연방수사국) 등 해외 중요수사부서에서도 쉽게 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루크립트는 여러 개의 알고리즘이 복합돼 있어 암호를 해독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특검팀이 확보한 증거 중 최대 16자리 암호가 걸려있는 파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은 워크스테이션(고성능 컴퓨터) 1대 기준으로 영어 소문자 4자리 암호를 푸는 데 3분, 8자리 수는 8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영어 대·소문자나 숫자, 특수문자가 복합된 암호일 경우 4자리 수는 9시간, 8자리 수는 12만년이 걸리는 수준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해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어렵지만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해독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창고를 수색해 압수한 물품들을 공개했다. 2018.07.17. (사진=허익범 특별검사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창고를 수색해 압수한 물품들을 공개했다. 2018.07.17. (사진=허익범 특별검사팀 제공)[email protected]

특검팀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한 가지 해결책을 마련했다. 바로 드루킹과 경공모가 사용하거나 관심을 가진 분야의 키워드를 선별해 암호에 대입하는 것이다.

 특히 특검팀은 드루킹이 크게 관심을 가졌던 중국 도교의 점술 중 하나인 '자미두수(紫微斗數)'나 'KKM(경공모)' 등 키워드를 암호 해독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암호 패턴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파일을 암호로 견고하게 잠그거나 숨긴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명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 범행, 정치권 인사 등이 연루된 불법 자금 범행과 관련된 핵심 정황이 담겨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암호 해독에 협조해줄 것을 바랬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공모 회원들은 특검팀의 조사에 "(암호 등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한다. 진술이나 협조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검팀은 개개의 파일 암호 해독이 완료되는 대로 곧바로 수사 상황에 활용할 예정이다. 관련자 소환 조사에서도 해독된 파일 등 물적 증거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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