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왕치산, 미중 무역협상에 개입 안해"
한 모임에서 "부주석 일만 하고 있다"고 말해
【베이징=AP/뉴시스】 중국의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23일 중난하이 지도부 거주단지에서 필리핀 외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왕치산은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중앙기율검사위 주임을 맡았다가 19차 당대회에서 물러났으나 다시 복귀했다. 2018. 3. 23.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중국의 국가적 위기 때마다 나서서 해결해 '소방수' 로 불려온 왕치산 부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지난 달 한 모임에서 자신이 미중 무역전쟁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 긴밀하게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최근 왕 부주석과 대화를 나눴는데,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은 부주석 일만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왕 부주석이 시진핑 주석의 글로벌 아젠다를 이끌기 보다는 중국내 우선순위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 "시 주석이 주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왕 부주석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왕치산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중국의 사스(SARS) 대유행 등의 위기를 수습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부총리를 지낼 당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고, 월가에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미국통'이라는 점에서 그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왕 부주석은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대신 류허(劉鶴) 부총리가 전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미국 '매파'들이 백악관을 장악한 가운데 왕 부주석의 (비둘기파) 인맥은 미중 간 긴장을 해소할 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로버트 서터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왕치산이 (미중 무역전쟁 해결을 위해) 워싱턴에 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왜냐면 대실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청 리 연구원도 "중국은 왕치산의 (워싱턴)방문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큰 승리로 보여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현 상황에서 어떤 예상을 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왕치산이)나설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왕치산이 막후에서 대미 무역협상에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왕 부주석이 오랫동안 미중 전략대화를 이끌어왔으며 시진핑 주석과 가까워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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