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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국장의 마지막 문자…"쉬운 설명으로 언론 이해 도우려"

등록 2018.09.05 18:28:39수정 2018.09.05 21: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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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상황에 대해 언론에 백브리핑 형식 문자 보내와

상세한 기상청 해설 문자에 담당 기자들 대체로 호평

일부 언론 "감성에 호소한다" 비판 보도에 전송 중단

예보국장 "전문적 난해한 표현 버리고 쉬운 설명하려"

"예보 과정의 내면, 예보관들 얼마나 혼신 다하는지도"

"불확실성 기인한 어려움 일부나마 전달" 아쉬움 토로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한 직원이 제19호 태풍 솔릭(SOULIK) 이동 경로와 기상 전망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18.08.2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한 직원이 제19호 태풍 솔릭(SOULIK) 이동 경로와 기상 전망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가능한 쉬운 말로 설명하고 싶었고, 예보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예보 생산의 어려움을 일부나마 전달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상청 예보국장이 5일 언론과 유관기관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문자'를 전송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과 변덕스러운 태풍으로 혼란스러웠던 올 여름 내내, 예보국장은 급변하는 기상 상황과 기상청의 대처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내용들을 언론에 백브리핑 형식의 문자로 전송해왔다.

 하지만 이 문자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인해 질타 대상이 됐다. 해당 기사에는 예보국장의 문자에 감성에 호소하는 표현들이 들어가 있어 국민들이 "무능한 걸 이해해달라는 것이냐"는 등 싸늘한 반응만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한동안 전송을 중단했던 예보국장은 "지난 8월28일 밤 서울의 호우경보와 관련된 문자를 끝으로 오늘까지 어떤 문자도 보내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로부터 본인에게만 문자를 보내지 않는 것이냐는 질의를 받고 있다"며 "일일이 답을 드리기도 그렇고, 가만있자니 오해로 의한 또 다른 의혹이 증폭될 것 같아 고민하다 마지막 문자를 드린다"고 밝혔다.

 해설 문자에 대해 일부 언론 매체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전제한 예보국장은 이 방식을 선택하게 된 데 대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침체됐던 예보 업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다 특이기상 해설문자를 생각했다"며 "이 시도를 도입한 이유는 기상청이 생산하는 예보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거의 언론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출입 기자들과 데스크들의 이해를 돕는다면 더 정확한 예보가 전해질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문자의 방식에 대해서는 "기상청 사람들의 고유한 언어와 생각이 바탕이 된 전문적이고 난해한 내용으로 전달하려는 풍토를 버리고 쉬운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예보국장이 전해온 문자들은 "가을장마처럼 보이는 정체전선이 형성된다", "지난주 혹독한 폭염 체험으로 인해 조금 덜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폭염은 계속되는 상황" 등 이해가 쉽고 피부에 와닿는 표현들을 담아 기상청 담당 기자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예보국장은 앞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감성적 표현'이라는 비난 내용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예보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예보 생산의 어려움을 일부나마 전달해 드리고 싶었다. 이를 위해 통보문과 같이 형식적인 표현이 아닌, 예보 생산 과정의 내면을 알려드리면서 일부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런 배경을 전달해 예보 생산 하나 하나에 우리 예보관들이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하는지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폭염 당시 예보국장이 보내왔던 문자들에는 "기온의 예보 오차는 약 2도 정도지만 저희 예보관들이 최고기온 예측에서0.5도 차이에도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다", "극심한 폭염이 기상청 탓인 것 같다. 국민의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 인명피해가 없길 바란다" 등 기상청 직원들의 심경이 녹아든 문장이 포함된 바 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한 직원이 제19호 태풍 솔릭(SOULIK) 이동 경로와 기상 전망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18.08.2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한 직원이 제19호 태풍 솔릭(SOULIK) 이동 경로와 기상 전망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예보국장은 "이번 문자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소통 방법으로 여러분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했던 시도를 접어야 할 것 같다. 아쉽지만, 제가 어리석었다고 느끼고 있고, 저의 새로운 날개짓의 실패를 인정하고자 한다"며 "아직까지도 저희가 생산된 예보에 대한 설명은 언론을 통해서 지금보다는 보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조금 힘들고 지쳐있어 다른 대안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해 보겠다"며 "예보국, 나아가서는 기상청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무리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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