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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김기춘, 2심도 실형…직권남용까지 유죄(종합)

등록 2019.04.12 17: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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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혐의, 1심 무죄서 2심 유죄로

"특정단체 지원…일반적 직무권한 속해"

1심 "보고받고 승인·지시" 징역 1년6월

2심 "김기춘, 기획자·기안자" 원심 유지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04.1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04.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특히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김 전 실장을 정점으로 한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는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조윤선(53) 전 문화부장관에게도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2년10개월,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1년으로 감형받았다. 또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원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4명도 원심과 같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앞서 1심이 직권남용을 무죄로 판단한 것을 뒤집고,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요구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지시받은 사항이 형식적·외형적으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직권남용 혐의가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된 강요 혐의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1개의 죄에 해당한다"면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상상적 경합범'은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해 그중 무거운 죄에서 정한 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이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 전 실장을 정점으로 그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대통령 비서실의 하부조직과 분장사무를 정하는 권한을 가진 비서실장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은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 내부의 정책결정에 따라 일련의 지휘체계를 발동했고, 당시 전경련 관계자들은 정무수석실의 자금지원 요청을 모두 대통령 비서실이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인식했다"면서 "이 사건 직무집행은 외형과 형식을 갖췄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에 대한 자금지원 요구는 보수 시민단체를 정권 비판세력의 활동을 방해·견제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목적 아래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며 "전경련은 자율적인 판단과 심사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해 직권남용의 인과관계 요건도 충족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12.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또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은 누구보다도 행위에 시발점이고 기획자이자 기안자로 보인다. 보수단체 지원기조를 최초로 형성하고 자금지원 방안 마련을 가장 상급자로서 지시했다"며 "대통령 비서실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조직적인 체계를 만들고 이를 하급자에 지시한 김 전 실장의 죄는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전 실장 등은 정치적 성향·이념이 다르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좌파세력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보수단체의 지원을 강제했다"면서 "이런 범행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정치·경제 권력의 유착관계를 초래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깊은 불신을 안겨줬다"고 판결했다.

다만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고, 현 전 수석이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경선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 판단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2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전경련을 상대로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 등은 2015년 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4년 9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은 "최초로 보수단체 자금지원을 지시했고 구체적인 지원단체명과 지원금액을 보고받고 승인해 실행을 지시했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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