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야당 주장 경청"…나경원 "밥 잘 사주는 누나 되겠다"
이인영-나경원, 첫 상견례…덕담·농담 오가
화기애애 분위기 속 뼈 있는 말도 건네
이인영 "합리적 보수의 길 갈 것으로 기대"
나경원 "청와대 말 잘 듣는 분은 아니겠지"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05.09. [email protected]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한국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나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야 4당 가운데 제일 먼저 나 원내대표를 찾아 취임 인사를 한 것이다.
이날 만남은 민주당의 원내대표 교체를 계기로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됐다.
실제 지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말 폭탄을 주고받던 민주당과 한국당이었지만 이날 두 원내대표 간 만남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였다.
나 원내대표는 "제가 함부로 이야기하면 (이 원내대표) 당선에 유불리 문제가 있을까봐 말씀을 안 했는데 제가 세 후보 중 가장 가깝다고 느껴진다"며 "이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만들 때 이름을 빌려드린 적도 있고 17대 국회에서 시작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하늘색 재킷을 가리키며 "이 원내대표와 역지사지도 해보고 케미(chemistry·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도 맞춰보려고 민주당 색깔로 옷을 입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5.09. [email protected]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국민이 원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 인터뷰를 보니까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는 분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뼈 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말을 잘 들으시면 앞으로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이 좀 더 확대됐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있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전 우리가 국회에서 너무나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지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여러 번 자문해봤다"며 "말씀하신 그대로 국민 말을 잘 듣고 또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 정국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시면 아주 심사숙고하고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며 "산불, 지진 등 국회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 경청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5.09. [email protected]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제가 그동안 형님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는 동생 오셨다.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해 회동 자리에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나 원내대표는 1963년생, 이 원내대표는 1964년생이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가운데서도 나 원내대표는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두 가지 제도에 대해서도 어떤 게 국민 위한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 많이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도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다"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어 "오늘 한번 만나서 한꺼번에 다 해결하려 하지 말자"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겠냐"고 호응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제가 예전에 나 원내대표의 모습을 참 좋아했는데 굉장히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해서 기대도 크고 응원도 많이 했다"며 "얼마 전에 원내대표가 됐을 때 제가 얼마나 많이 응원했는지 잘 아실 것이다. 그 빚을 이번에 갚으신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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