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대학가…"대면수업 불안해" vs "등록금 아깝다"
서울 내 한 대학, SNS서 학생들 논쟁
"아직 위험, 온라인 강의 계속해야"
"등록금 가치 실현하려면 등교해야"
전문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거리 두면서 수업할 방법 찾아야"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6일 오전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2020.03.16. [email protected]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내 A대학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서는 며칠 전부터 대면수업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가 지난 28일 발표한 4년제 대학 대면수업 시작 예정일 관련 자료를 보면, 이 대학은 다음달 11일 개강이 예정된 학교로 분류돼 있다.
A대학교의 한 학생은 이 대학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다들 (오프라인) 개강하고 싶어하는 것 알지만, 코로나19 걸리면 그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면서 "개강하면 학교에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주변 술집들 또한 엄청 성행할 텐데 그러면 당연히 접촉하는 사람도 늘지 않겠느냐"고 적었다.
익명의 다른 학생은 "대면수업을 원하는 학생분들 읽어달라"면서 "대면수업 실시했을 때와 원격수업 계속할 때 둘 다 리스크가 크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스크가 적은 쪽을 택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올렸다. 이어 "원격수업이 질이 떨어지고 불편하지만, 그 어떤 불편함도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면수업에 찬성하는 학생은 "등교 개학 반대하는 분들은 언제 개학이 적당하겠나"라면서 "치료제나 백신은 빨라야 올해 후반이나 내년 초일텐데 그때까지 원격수업을 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확진자는 대부분 해외입국자나 일부 지역 감염 또는 바이러스 재양성화 되신 분들인데, 이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등교 개학한다면 제일 중요한 게 방역수칙 준수일 텐데, 이건 우리가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면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생들의 갑론을박이 격화되자 해당 페이지에는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조금 부드럽게 이야기해보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6)씨는 "온라인상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의견이 갈린다"며 "대면 강의를 찬성하는 친구들은 거리만 나가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을 보고 이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처럼 자취하는 사람들은 월세가 계속 나가니까 원격수업에 부정적인 게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처한 환경이나 소속 학과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실습 위주 학과의 학생들이 대체로 대면수업을 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학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B(24)씨는 "연기나 뮤지컬 같은 수업은 학생들 개인의 능력을 비대면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 "미술과 등은 실습 작업이 많은데 대면 강의가 이뤄지지 않고, 학교도 거의 폐쇄되다시피 하니까 자비로 연습실을 빌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대학 관계자는 "검토할 것이 많아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대면수업 시작일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대면수업 시작 논의에 대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등 제한적인 선에서 실시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사회 시스템을 멈춰둘 수는 없다"면서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노인들과의 접촉을 줄이는 등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대면수업은 찬성"이라고 밝혔다.
김태형 순천향대부속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순히 의학적으로 대면수업을 하지 말라는 등의 결정을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학생들의 거리두기를 전제로 한 수업이나 교육방식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대면수업을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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