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조계 "보안법 통과해도 '범죄자 본국 송환' 없다"
"홍콩 법 체제 안에서 적용될 것"
안이한 해석에 진보 법학자 반발도
[홍콩=AP/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 수백명이 "광복 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5.24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중국의 대(對)홍콩 지배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제정을 놓고 홍콩 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홍콩 고위급 법조인은 "홍콩 내 범죄자들이 중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일은 없다"며 민심을 달래고 나섰다.
28일 홍콩 현지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법조계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새롭게 보안법을 만들더라도 홍콩 법 체제의 틀 안에서 적용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식통은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이들은 홍콩에서 공개적으로 재판을 받는다"며 "홍콩 내 범죄자가 재판을 받기 위해 중국 본토로 넘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가보안 사건 재판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무죄 추정의 원칙, 합리적 의심이 아닌 충분한 증거를 통해서만 유죄를 입증하는 원칙 등이 지켜진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가결한다면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이유로 홍콩의 반중 인사, 혹은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해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날 소식통의 발언은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AP/뉴시스] 홍콩 민주당 소속 테드 후이(가운데) 의원이 28일 홍콩 의회에서 국회 경호원들에 끌려나가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그는 이날 의회 토론 중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놓고 거세게 항의하다 국회의장에 생수병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을 일으켜 회의장에서 퇴장당했다. 2020.5.28.
소식통은 이어 "보안법 초안은 이미 서랍 속에 있다"며 "초안은 국가보안 재판의 유죄판결 입증 책임은 검사에 달려있다고 명시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요하네스 찬 홍콩대 법대 교수는 법조계의 이같은 해석을 놓고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찬 교수는 "소식통의 말이 사실이라면, 홍콩 법원은 중국의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기본법에 담긴 인권규정과 일치하는지 판단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반한다고 판명될 경우 해당 조항을 폐지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홍콩보안법이 홍콩 법 체제의 틀 안에서 적용된다면, 피고인들은 해당 법에 저항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홍콩 법원이 보안법 판결에 불만을 표한다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이 법을 다시 해석할 가능성도 있는지 의문"이라며 설명을 요청했다.
중국 전인대는 28일 오후 홍콩보안법 결의안 초안을 통과시켰다. 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보안법은 정식으로 발효된다.
초안에는 국가 분열·정권 전복·테러리즘을 예방하고, 관련 인물을 처벌하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가 국가안보 관련 기관을 홍콩에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 내 상주하는 중국 안보 기관 인력들이 홍콩 민주화 운동 세력들을 '테러 집단'으로 간주할 경우 직접 처벌까지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홍콩 언론들은 보안법이 이르면 8월에 정식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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