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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 못한 형제복지원 원장, 왜?…"비상상고 요건 안돼"

등록 2021.03.11 15: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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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무죄판단 그대로…비상상고 기각

훈령 아닌 형법 적용…"위법한 법령 아냐"

이미 파기돼 비상상고 할 수 없단 판단도

단죄는 못했지만…"인간존엄 침해된 사건"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1.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법원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1.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형제복지원 인권유린의 책임자가 32년 만에 다시 법의 판단을 받게 됐으나 끝내 책임을 묻지 못했다.

검찰은 군사정권이 인권탄압을 위해 만든 내무부훈령을 적용해 불법감금이 무죄로 판결됐다는 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무부훈령은 사안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 중 하나였을 뿐, 실제 적용된 법령에는 위법 소지가 없어 비상상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검찰총장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 원장 고(故) 박모씨에 관해 신청한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원장 박씨의 특수감금죄를 무죄로 본 옛 판결에 법령 위반이 있어 바로잡아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법령은 박정희 정권이 제정한 내무부훈령 410호다. 거처가 없는 이들을 단속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인데, 기본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어 이를 적용한 판결은 취소해야 한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거 판결에 적용된 것은 내무부훈령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장 박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 적용된 것은 형법 20조였다. 이 법은 법령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과거 법원은 위법 소지가 없는 형법 20조를 적용해 무죄 판결을 내렸으므로, 법령 위반이 없어 비상상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내무부훈령은 과거 법원이 법령 적용을 위해 심리했던 배경 사실 중 하나였을 뿐, 실제 판결에 직접 적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1.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법원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1.03.11. [email protected]

이미 효력을 잃어 비상상고 대상이 될 수 없는 판결도 있다고 했다.

검찰이 지난 2019년 신청한 비상상고 사건은 원장 박씨의 주간 불법감금 혐의를 무죄로 본 항소심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주간에 이뤄진 불법감금은 무죄를, 야간은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원장 박씨는 무죄 혐의에 관해서는 상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고심이 야간 불법감금 유죄 판결을 다시 판단하라며, 같은 혐의인 주간 불법감금 무죄 판결도 파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비상상고를 신청한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효력을 이미 잃었던 셈이다. 형사소송법은 확정 판결이 아닌, 효력을 상실한 재판은 비상상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피해자들은 "국가가 우릴 또 버렸어"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만 대법원은 비상상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이지, 형제복지원에서 인권유린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은 폭행이나 죽임을 당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하고 자기의 불행이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에 맡겨진 삶을 살아왔다"라며 "부랑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격리⋅고립돼 소외된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갖는 문제의 핵심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면서도 "법원이 적법한 원칙을 벗어나 비상상고를 쉽게 허용한다면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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