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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징용' 소송 각하…3년전 대법 판결 뒤집은 법원, 왜?

등록 2021.06.07 16: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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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85명, 日기업 16곳에 소송

2018년 대법은 日기업 배상책임 인정 판결

이번 소에서 개인 청구권 행사 제한적 판단

"강제 집행시 권리남용"…소구권 없다 해석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고 임정규 씨의 아들 임철호 씨와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6.0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임정규씨의 아들 임철호씨와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6.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각하' 판단을 내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판단은 약 3년 전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1심 법원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라도 개인이 일본 국가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제한되며 소송을 받아들여 강제집행까지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송씨 등은 일본에 강제연행된 후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강제 노동에 종사하며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일본제철이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것이 아닌 일본 정부의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일청구권협정이 샌프란시스코 조약 4조에 근거해 한일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3·1절 100주년인 1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놓여진 가운데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3.0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3·1절 100주년인 지난 2019년 3월1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놓여진 가운데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국가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앞선 대법원 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일청구권협정을 국민의 개인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한일 양국이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된 것까지는 아니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국가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를 제기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비엔나 협약 제27조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과 함께 '금반언(禁反言·이전 자기의 언행과 모순되는 행위)의 원칙'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며 "각국이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언동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대항해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앞선 대법원 판결에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의 별개 의견과 같은 취지다. 당시 이들은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이 이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날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역효과 등도 이번 판결에서 고려했다.

재판부는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고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개인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며 각하 판결했다. 또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이 같은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 측 대리인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는 정반대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즉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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