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文정부 1826일…남북정상회담·방역·부동산·檢개혁
한 달 '불편한 동거' 지속…文, 성과 정리로 본격 퇴임 준비
북핵 위기에 남북관계 원점…文, 아쉬움 속 尹정부 과제로
퇴임 전 검수완박 공포했지만…검찰개혁 제도화 숙제 여전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청와대로 향하며 시민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7.05.10.
스스로를 '완전히 방전된 배터리'에 비유했던 것처럼 문 대통령에게 지난 5년은 국정에 혼신을 다했던 시간으로 평가된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추진했던 각종 개혁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주력했던 전반부,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안정적 관리에 힘쏟았던 후반부로 압축·요약할 수 있다.
외교안보·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내치(內治)와 외치(外治)의 모든 영역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남기기도 했지만, 임기 내 풀지 못한 숙제도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과(功果) 모두 문재인 정부가 축적한 유산으로 역사의 평가 대상이 됐다. 코로나 방역·한반도 평화 안정 등에선 긍정 평가를 받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인사 등에서 보인 '내로남불' 형태 등은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후 한 달 '불편한 동거' 지속…文, 성과 정리로 본격 퇴임 준비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 이전과 주요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 갈등으로 대선 후 19일 만에야 만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정부 예비비 사용에 협조키로 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이후에도 5월10일 청와대 개방 문제 등으로 양측 간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처리 과정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여부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둘러싼 진영 갈등 양상의 노출은 지속됐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에 개별적 의견을 자제하라는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퇴임 직전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그동안 눌러왔던 불편한 감정을 쏟아냈다. "새 정부 집무실 이전 계획이 마땅치 않게 생각", "대북 선제타격 발언 부적절" 등 윤 당선인을 향한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취임 선서 뒤 차량에 탑승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7.05.10.
▲한국판 뉴딜 격려 오찬(4월7일) ▲전직 장관급 초청 오찬(4월20일) ▲방역 관계자 격려 오찬(4월28일) ▲군 주요직위자 격려 오찬(4월29일) ▲국무위원 오찬(5월3일) ▲국정과제위원회 오찬(5월4일) ▲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 ▲전·현직 비서관 다과회(5월6일) 등이 이어졌다.
북핵 위기에 남북관계 원점 회귀…文, 아쉬움 속 상황관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속에 취임 후 편할 날이 없었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상을 천명한 쾨르버 재단 연설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을 비핵화의 여정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취임 1년 만에 일촉즉발 위기 속 한반도를 대화 국면으로 바꿔내며 여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받았다.
2018년 4·27 판문점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5·26 2차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첫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했고, 이는 다시 9·19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남북관계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운전자', '한반도 중재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2019년 2월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맞교환을 타진했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한반도 정세는 변곡점을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 노딜'로 귀결된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다.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기대를 걸었지만,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게 없는 '조건 없는 대화'는 북한을 움직이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핵무력 강화의 길을 걸었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 상징물을 지워낸 것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파기 후 수세적 핵억지 전략에서 벗어난 공세적 핵전략 전환 단계까지 이르렀다.
올해 들어서만 15차례 무력 시위를 통해 신형 전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신형 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7차 핵실험 준비 등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퇴임을 코앞에 둔 문 대통령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날 SLBM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군과 외교안보 부처를 향해 "임기 마지막 날까지 긴장감을 갖고 안보태세에 빈틈 없도록 해달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유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 정세가 5년 전 위기의 상황으로 되돌아 가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임기 동안 두 개의 남북정상합의(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선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축적의 시간으로 별도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JTBC 대담에서 한반도 평화 노력에 대한 결과론적인 비판 시각에 "5년 간의 평화는 어디로 날아갔는가"라고 반문하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조성됐던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총체적 과정에 의미를 강조했다.
퇴임 전 검수완박 공포했지만…검찰개혁 제도화 숙제 여전
문 대통령은 서울대 교수 시절 검찰개혁에 뜻을 같이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문재인 청와대 초기 민정수석으로 발탁하며 검찰개혁의 설계를 맡겼다. 2018년 3월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검찰의 영장 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밑그림을 그린 것도 당시 조 수석이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2.05.04.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 시점부터 딸 조민씨,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을 대상으로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조 전 장관의 낙마로 이어졌다. 예기치 못했던 조 전 장관의 낙마를 계기로 검찰개혁과 공정사회라는 문재인 정부의 두 핵심 가치를 돌아보게 됐고, 국정운영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후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뒤늦게 윤 총장에 대한 견제를 모색했지만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줬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1년 여 간 지속된 '추·윤 갈등'은 총장직 사퇴 후 야권 대선후보의 길을 택한 윤 당선인의 명분이 됐다. 돌아온 것은 '부패완판'이라는 정부를 향한 비판과 '국민이 키웠다'는 대선 슬로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JTBC 특별대담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한 때 적폐청산의 첨병이었던 윤 당선인이 결과적으로 정권교체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에 대해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우여곡절 끝에 문 대통령이 퇴임 직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공포했지만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해 경찰이 넘겨받은 수사권을 배분하는 문제는 추후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최종 임명될 경우 중수청 설치 논의는 물론, 기존 검수완박 입법의 무력화가 시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검수완박법을 공포한 국무회의에서 "관련 부처는 앞으로 하위 법령 등 제도적 근거 마련과 여야 간 사법개혁특위를 통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입법 심의 과정에서 개혁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신속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고민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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