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상위 0.01% 혜택…결국 대기업 감세
나라살림연구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 평가
흑자기업 기준으로 세율 혜택 기업 0.02%에 불과
2020년 기준 국세 수입 1조7000억원 감소 예상
지방세 포함 법인세율 日·獨 등 주요국보다 낮아
한국, 준조세 등 포함한 지표서도 세계평균 이하
"실익보다 소수에게 혜택주고 세수에도 악영향"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1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기로 한 가운데, 법인세 인하 혜택이 상위 0.01% 기업에만 돌아간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나라살림연구소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초과 기업은 80여 개다.
이는 법인세 신고 법인 수(약 83.8만 개)를 기준으로 0.01%에 해당하며, 실제 흑자가 발생해 법인세를 납부하게 되는 흑자법인 수(약 53.2만 개)를 기준으로 할 경우 0.02%에 해당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전체의 0.01~0.02%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의 수가 극히 일부인 상황에서, 국제조세 경쟁을 고려하고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최고세율을 인하한다는 (정부의) 명분은 대상이 극히 적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빈약한 논리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또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이 납부하고 있는 법인세가 전체 법인세의 36.4%에 달하고 있으나, 법인세는 기업에 이익이 발생할 때 해당 이익에 과세하는 세금임을 감안하면 금번 법인세 인하 정책은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지기 쉽다"고 했다.
세수 결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하될 경우, 예상되는 세수 감소액은 2020년 신고 기준 약 1조7000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체 국세수입 344조1000억원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5%에 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면 전체 국세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보고서는 단순히 주요국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면 한국의 세율이 높아 보이지만, 지방세를 제외한 단순 명목상 법인세율 비교라서 한계점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영국(19.0%), 독일(15.8%), 일본(23.2%), 미국(21.0%)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프랑스(28.4%) 정도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성남=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16. [email protected]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은 한국 27.5%, 영국 19.0%, 독일 29.9%, 일본 29.7%, 미국 25.8%, 프랑스 28.4%로, 한국의 세율은 독일·일본보다 낮은 수치이며 미국과도 세율 격차도 줄어든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조세 성격의 부담률을 확인할 수 있는 세계은행의 '총조세 및 부담률' 자료를 인용,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세계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총조세 및 부담률은 법인세 외에 사회보험료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여금 등 각종 준조세가 기업의 소득 대비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법인세 명목세율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경제적 실질에 가까운 지표로 평가된다.
세계은행 총조세 및 부담률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총조세 및 부담률은 3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41.6%와 세계 평균 40.4%와 비교해 각각 8.4%포인트(p), 7.2%p 낮은 수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법인세를 크게 낮춘 미국의 36.6%와 비교해도 4.4%p 낮은 수치다.
반면 정부는 기업이 감세를 통해 투자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세수도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사회 전반에 퍼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론'에 기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에 대한 감세를 통해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면 결국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이에 기초해 세수 기반이 확대된다"며 "세금 감면 조치는 재정 전체의 선순환 장치"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참여연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전면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2.06.20. [email protected]
과거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국력 세계 7위),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등이 괄목성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시도 역시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이명박(MB) 정부 시즌2'와 '부자 감세' 등으로 비판하고 있다. 국회 통과에는 거대 제1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증세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 정부의 경우도 법인세율을 현행 19%에서 내년 최고 25%까지 올리기로 했다.
나라살림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의 실질적인 조세부담률이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기업 활동 활성화라는 실익보다는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특혜 시비와 함께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