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 산하기관에 야권 코드 인사 69명 알박기 논란
與 김정재 의원실 국토부 산하기관 임원 전수조사
범야권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임원들이 총 28명
코드 인사들 중 노골적으로 정치적 행위한 사례도
김정재 의원 "새 정부 국정철학 이해 못해 걸림돌"
[서울=뉴시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국토부 산하기관 37곳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등 임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325명 중 21%에 해당하는 69명이 야권 코드인사로 추정된다.
69명 중 총선·지방선거 출마자 28명(40.6%), 문재인 정부 출신(청와대 포함) 10명(14.5%),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보좌진 포함) 9명(13.0%), 선거 캠프 출신 7명(10.1%), 노무현 정부 출신 3명(4.3%),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 2명(3.0%),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기타 10명(14.5%) 등으로 조사됐다.
전문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에 야권 코드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셈이다.
공공기관 임원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전 정권의 정책을 만들고 실행한 인사들이 자리만 지키면서 생각이 다른 새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상당수의 인사들은 전문성보다 야당과의 인연을 고리로 임명된 탓에 새 정부가 국정 철학을 구현하는 데 있어 불협화음이 불가피하고, 정권과 기관이 손발이 맞지 않아 임원의 정책적 역할이 없어지면 해당 기관은 식물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피해는 국민들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코드 인사로 손 꼽히는 공공기관 임원들 중에는 재임 중 노골적으로 정치적 행위를 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 비상임이사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에 '1년짜리 시장 뽑는데 생00 공약'이라고 해 논란이 됐다.
그는 또 지난해 8월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음주운전 범죄 경력자의 공직 기회를 박탈하자'는 정세균 당시 후보 주장에 "소주 한잔 하고픈 유혹과 몇 만원의 대리비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음주운전 옹호 발언을 했다가 이재명 캠프 대변인 자리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작년 5월 임기를 시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모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대선에서 371명의 감정평가사들이 이재명 당시 후보를 지지 선언하는 데 일조했다. "대장동 사업은 개발이익 환수의 모범사례"라는 내용이 골자인 당시 지지선언문은 이 비상임이사 주도로 작성됐다.
새만금개발공사 이모 비상임이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예전 같으면 대통령 선거는 커녕 감옥에 가 있어야 하는 후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비상임이사는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청년위원회 상임부위원장과 총괄특보단 지역경제특보로 활동했으며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선 전주시장 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국토부 산하기관에 윤 정부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는 임원들이 총 28명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모 사장은 2년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충주에서 총선에 나갔다 낙선했고, 같은 기관의 박모 비상임이사는 17대 총선 강남갑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또 이 기관의 배모 비상임이사는 19대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장모 비상임이사 역시 19대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 김모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소속 경기도 의원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으로 근무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모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경북도당 대변인을 거쳐 21대 총선 영천청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 노모 사장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였으며, 지난 2015년에는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 자회사인 LX파트너스 강모 대표이사는 민주당 소속 전북 군산시의회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과거엔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일괄 사표를 받거나 관련 부처를 통해 우회적인 사퇴 압박이 이뤄지는 게 관례로 여겨졌지만 '블랙리스트' 사건 파문 이후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김정재 의원은 "알박기 코드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임원들이 윤석열 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후안무치 한 행동"이라며 "법과 사내 규정을 어기고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한 임원이 있다면 국토부 차원에서 규정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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