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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료소 건너뛰고 병원으로…골든타임 놓친 중환자(종합)

등록 2022.11.07 19:41:40수정 2022.11.07 19: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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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인파 등 현장통제 불능에

초기 중증도 분류 응급의료소

건너뛰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

응급구조사 사망선언 어려워

심정지 환자 76명 현장 인근

순천향대병원 이송 가능성↑

비의료인으로 의료지도 받지만

전화통화 보수적 판단 불가피

학회들 '다중밀집시뮬레이션'

[서울=뉴시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이민효 제공). 2022.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이민효 제공). 2022.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이태원 참사 초기 사상자들이 현장통제 불능으로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현장응급의료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무더기로 이송되면서 생명이 위태로운 긴급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재난사고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사고 초기 제한된 의료자원을 활용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상자에 대한 체계적인 중증도 분류(사망·긴급·응급·비응급)다. 긴급환자를 선별해 우선 순위에 따라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능한 빨리 이송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대한응급의학회가 현장에 파견된 의료진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사망자(7일 오전 6시 기준 156명) 중 이미 사망했지만 늦게 발견돼 구조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수십여 명은 긴급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치가 지연되거나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차량, 인파 통제가 불능 상태에 빠져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에 필요한 공간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어 뒤늦게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사상자가 응급의료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초기 환자 중증도 분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장응급의료소는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전 1시께 설치됐고, 그 사이 소방서에서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첫 구급차는 이미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구급차는 당일 교통 혼잡으로 오후 11시25분에야 현장서 출발해 1시간 반만인 11시49분 병원에 환자를 이송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현장응급의료소가 운영되면 재해의료지원팀(DMAT)이 사상자 중 사망자를 분류해 블랙(검정색) 태그를 부착해 사망자가 구조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면서 "하지만 응급구조사들의 경우 의료인이 아니어서 사망으로 추정되는 환자에 대해 사망선언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과 외국인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2.11.0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과 외국인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2.11.06. [email protected]

응급구조사가 사망선언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19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지도의사의 의료지도 하에 사망선언이 가능하다. 전화를 받은 응급의료지도의사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것인지, 사망선언을 할 것인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응급구조사가 전화를 통해 의료지도를 받다보니 사망선언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 회장은 "전화로 사망선언을 하는 경우 명백한 사망징후가 있어야 한다"면서 "누가 보더라도 사망했다고 인정되는 상황에서 전화로 사망선언을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참사의 경우 심정지로 사망에 이른 경우가 많아 응급구조사가 의사를 대면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선언을 쉽사리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면서 "응급의료지도의사도 비대면이여서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심정지 상태 환자 76명이 순천향대병원에 몰린 것도 이런 한계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1시간 이상 흐른 상태에서 재해의료지원팀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가운데 응급구조사는 행인들이 쳐다보고 있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는 상황에서 심정지로 추정되는 환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해 체계적인 (긴급환자)분류가 불가능했다"면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한재난의학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등 재난의료 대응 관련 학회들은 향후 협의를 거쳐 다중이 밀집한 공간에서 어떻게 부상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지 시뮬레이션 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중이 밀집한 길거리, 지하철, 축제 등에서 어떤 상황에서 위험에 빠지고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시뮬레이션에 나서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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