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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상인들 "경찰 배치 자제 요청 한 적 없어…직접 112신고하기도"

등록 2022.11.09 17:02:42수정 2022.11.09 17: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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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대비 간담회 지난달 26일 진행 "경찰 배치 자제 요청할 입장 아니었다"

"우리는 경찰 내용 듣고 애로사항 전달...코로나 오명에 또 사고나면 안된단 말도"

참사 후 11일째…애도로 일상 회복 아직...임대료·월급 걱정에 상당수는 심리 상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0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후 10일여가 지났지만 이태원역 등 참사 현장 인근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인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참사의 아픔에 더해 영업이 힘들어져 이중고를 겪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경찰의 진상조사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참사에 앞서 상인들이 경찰관을 너무 많이 배치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태원 상인회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에 앞서 열린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경찰 경비 인력의)배치 자제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10여명의 상인 중 한명이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핼러윈 대비 간담회에는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이태원역장, 이태원 상인회 4개 기관이 참석했다. 경찰의 경우 성범죄 및 마약 단속을 위한 여자청소년과장, 형사과장 등도 참석했다.

앞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간담회에서 상인들이)작년을 예시로 들며 경찰관 및 기동대가 과도하게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그것 때문에 영업이 안 됐다고 했다. 올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니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하고 상인회 자체적인 자정 능력 및 안전요원들을 통해 하고 구청에도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 상인들과 소통했음에도 경비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오히려 상인들이 과도한 경비를 반대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인회 측은 "과도한 단속은 하지 말아 달라는 뉘앙스로 말은 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인들은 듣는 입장이었다"며 "우리가 원한다고 해 주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특히 당시 간담회는 이태원 인파 통제보다는 불법촬영 등 범죄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 상인회는 지난여름에도 경찰로부터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을 종종 받았는데, 이 간담회에서도 사건 발생 시 폐쇄회로(CC)TV 제공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등 범죄 예방 관련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는 것이 상인회의 설명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경찰이 회의 내용을 준비해와서 우리에게 알리는 식이었고, 우리가 듣고 애로사항을 얘기했다. 한 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오명을 씻기도 어려웠고, 다시 한번 사고가 나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그런 사고 재발을 방지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경찰의 초기 대응이 아쉽다. 회의에서는 경찰 200여 명이 나와 활동하겠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는 그 인원도 안 나왔다"며 "오죽하면 내가 직접 112신고를 했겠나"고 말했다. 그는 참사 당일 오후 7시30분께 지하철 입구가 잡상인들로 막혀 통행이 어려워지자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장소 옆 해밀톤 호텔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호텔 옆 사고 골목 모습. 2022.11.0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장소 옆 해밀톤 호텔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호텔 옆 사고 골목 모습. 2022.11.09. [email protected]


참사가 일어난 지 11일이 지났지만, 이태원 상인들은 아직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애도와 추모를 이어가면서도 당장의 임대료와 직원들의 월급 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상인은 전날 오후 6시께 가게를 열었는데 하루 매출이 1만원 정도이며, 3~4시간 영업 후 귀가하는 경우가 다반수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임대료만 내면 괜찮은데, 직원들이 있으니 갑자기 자를 수도 없다"며 "사장 입장에서는 또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니 다른 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직접 목격한 뒤 병원에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상인회 관계자는 "개인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다들 알음알음 받는 걸로 안다. 각자 알아서 할 일이지, 본인이 힘드니 서로 위로해주고 하기가 되게 힘든 것 같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라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들은 웃고 떠드는데, 이태원은 이런 분위기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우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태원이 없어져야 하나, 없어지면 될까 싶기도 하다"고 말을 줄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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