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역풍에 여론수렴 나선 고용장관…MZ노조도 만나(종합)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와 간담회
尹 '주69시간 보완' 지시에 개편 취지·소통 강조
MZ노조 개편안 반대 의견청취…오해 불식 노력
고용장관 "69시간 수정 가능성"…철회엔 선그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 관리 우수사업장 노사간담회장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03.15. [email protected]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와 간담회를 갖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주69시간 보완 지시에 고용부가 의견 청취와 소통을 약속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 장관도 이를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전날 윤 대통령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개편안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주52시간제 유연화, 실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취지와 달리 '주69시간' 등 장시간 근로만 부각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질책한 것이다.
이 장관은 개편안에 대해 "주52시간제 틀 내에서 근로자의 선택권과 건강권에 기반해 근로시간 총량을 줄여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 1주 단위 규제의 획일성과 경직성을 개선해 급변하는 노동시장을 뒷받침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개편 취지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유연화가 소위 '포괄임금'과 맞물리면서 장시간 근로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포괄임금 계약은 실제 일한 시간과 무관하게 일정액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야근을 자주 하는데도 포괄임금을 이유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 잇따르면서 '공짜야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도 함께 논의하는 이유다.
다만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개편안 보완을 지시함에 따라 오는 16일 발표 예정이었던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은 잠정 연기됐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의견 청취 후 이를 종합해 포괄임금 대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 전반에 대한 의견을 주시면 향후 개편안 보완 시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노조와 긴급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3.03.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장관은 이날 노사 간담회를 마친 직후에는 곧바로 같은 장소에서 MZ 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는 그간 MZ 세대가 주52시간제 유연화를 선호한다며 근로시간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MZ 노조가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하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양대노총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새로고침을 노동개혁의 강력한 우군으로 여겨왔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MZ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함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개편안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 실질적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부분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보완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계속 이야기하자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장관은 새로고침은 오는 22일에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노사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주 최대 69시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다만 '원점 재검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개편안 폐기나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간담회 시작 전에는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 7명이 회의장에 기습 진입해 근로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년들은 분노한다. 주69시간제 폐기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 장관에게 "사과하십쇼. 청년들의 얘기는 들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 장관은 "많이 들었는데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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