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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년' 고령노동, 동상이몽…"정년연장" vs "재고용"

등록 2023.09.17 08:00:00수정 2023.09.17 09: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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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0대 이상 취업자수 30.4만↑…고령층이 취업률 견인

한국노총 "10년 후 65세에 국민연금 받아…정년과 맞춰야"

경총 "60세 정년도입 후 조기퇴직 증가…연장이 능사 아냐"

[부산=뉴시스] 중구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한 ‘2023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수행기관 평가’에서 우수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2023.08.18. (사진=부산 중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중구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한 ‘2023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수행기관 평가’에서 우수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2023.08.18. (사진=부산 중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60대 이상 취업자가 전체 취업률을 견인하는 '고령노동'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셈법은 달라 추후 적잖은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1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30만4000명 증가했다. 반면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0만3000명 감소하면서 10개월 연속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사실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취업률이 둔화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3년 8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더라도 60대 이상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는 21만4000명으로 전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적으로 '일하는 노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정정년은 2016년(법 개정은 2013년) 한 차례 연장된 뒤 8년째 '60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법정정년을 넘겨 은퇴하기보다 일을 이어가는 노년층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고령층의 계속고용 문제를 경사노위에서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경사노위는 초고령사회 계속고용연구회를 발족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고령노동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은 다르다.

노동계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법정정년을 같게 해 소득공백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65세 정년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운동을 시작해 국회 상임위원회 부의 기준인 5만명을 달성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제안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서 명시한 정년 60세를 65세 이상으로 늘리되,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일치하도록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63세이지만 2033년에는 65세로 연장된다.

한국노총은 "우리나라는 OECD 중 연금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이 맞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며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정년은 60세이지만 국민연금 개시연령은 계속 뒤로 늦춰지면서 최대 3~5년간 소득공백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역사가 짧아 소득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많은 고령자들이 연금소득만으로 노후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이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서 국민불신 조장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9.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서 국민불신 조장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9.01. [email protected]


반면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4일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세로의 법 개정이 이뤄진 2013년에 비해 4.8%포인트, 고용률은 4.3%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령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근로연령층의 상용직 비중 65.6%보다 낮았다. 또 임시·일용직 비중이 27.7%, 자영업자가 31.7% 등 일자리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2013년 대비 지난해 조기퇴직자 증가율은 76.2%로, 정년퇴직자 증가율인 46.3%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년연장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특히 경총은 정년연장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유노조 대기업 정규직'에 정년연장 혜택을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경총이 인용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자료를 보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월 임금은 473만원,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247만원이었다. 평균 근속연수 역시 전자는 13년인 반면 후자는 4.3년에 그쳤다.

또 정년연장이 청년고용 여력 감소로 이어져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령자 고용에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조치로 자연스럽게 기업이 고령자를 재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정부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년연장안보다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고령층 재고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5월 말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벌어진 금속노련 망루농성 강제진압 사건 이후 사회적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논의는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경사노위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노총의 사회적대화 참여를 촉구하면서 "고령층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노동계 주장처럼 단순히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며 "기업도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노총이 추진한 65세 정년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운동이 국회 상임위원회 부의 기준인 5만명을 넘겼기 때문에 경사노위가 아닌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이 청원안은 소관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거나 폐기된다.

청원 시작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하반기 정책 과제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경사노위 논의와는 관계없다"면서도 "청원이 다 끝나고 국회가 논의에 착수하면 우리도 의견을 내고 의제 자체가 공론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화 상대에 대한 존중없이 중단된 사회적 대화 재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사회가 너무 갈등적이고, 여러 문제가 많은데 이 문제를 대화로 풀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재개에 정부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대화를 거부하거나 싫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도 열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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